21세기는 ‘인재전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갖춘 인재가 기업경영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확보하고 그들과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느냐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기업들은 인재 판별 능력은 물론 그들과 어떤 파트너십을 맺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부터 연재되는 ‘슈퍼인재 만들기’는 기업의 간부 및 임원, CEO들에게 인재의 판별의 기준은 물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여줄 수 있을 혜안을 제공할 것이다.
이남훈 전문기자
과거 ‘공유’라는 가치는 그리 썩 좋은 이미지를 가지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란 말이었다. 경제학자인 가레트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주창된 이 개념은 인간들이 무언가를 ‘공유’했을 때 초래되는 비극을 잘 말해주고 있다. 500마리의 소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공유지’를 만들어 놓았더니 결국 그 공유지는 지역주민들의 가축에 의해 폐허가 되고 말았다. ‘이기적인 개인’에게 ‘공유’라는 오픈된 가치는 본성적으로 잘 알맞지 않는 코드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네트워크’와 ‘지식’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공유라는 것은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다. 새로운 슈퍼인재들은 공유를 통해서 자신의 편견과 지적인 한계를 깰 뿐만 아니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회사는 이들 인재들과 회사의 미래와 공통되는 가치를 ‘공유’함으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슈퍼인재는 ‘공유’를 통해 자신과 조직을 키워나간다
공유의 가치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른바 CCL에서 나타난다. CCL은 ‘Creative Commons License’의 약자로서 일종의 ‘저작권 프리’를 위한 사회적 규약을 말한다. 이 CCL표시가 붙은 인터넷상의 콘텐츠는 아무런 제한과 조건이 없이 누구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이 CCL의 창자인 로렌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공유를 통해서 각 개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하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부가가치 경로를 보자. A에서 B로, B에서 C로, C에서 다시 A’로 돌아간다. CCL을 적용했을 경우 A에서 A’는 더 향상된 것이 돌아온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외부로 유출되어 함께 공유되고 이 과정에서 내용이 ‘업그레이드’, 혹은 ‘강화’가 되지 않을 때는 결국 그것은 ‘고인 물’이 되고 썩을 수밖에 없다. 슈퍼인재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끊임없이 공유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 혼자만의 것’으로 생각해 그것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것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공유’를 하고 그것을 나누어 주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공유의 정신’은 자신의 한계를 탈피하고 편견을 깨는 강력한 하나의 툴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공유의 정신은 팀원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고여 있는 지식’을 전체적으로 순환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전반적인 팀의 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지식의 공유’를 통해 지식경영을 해나가는 데 있어 이들 슈퍼인재들은 가장 앞서서 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에 커다란 일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적극적인 배움의 정신이자 타인의 장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만들려는 자기발전의 태도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을 ‘마을에 고립된 은둔형 천재’로 규정짓지 않고 ‘공유의 바다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열린 마음의 항해사’로 규정짓는다. 이를 통해 이들은 언제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을 꺼내 보여 주면서 오류를 해소하고 장점을 흡수하는 뛰어난 스펀지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슈퍼인재에 있어서 공유는 고객 및 동료와의 ‘감정의 공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세계 제1위의 컨설팅 회사라고 할 수 있는 맥킨지에서는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많이 받는 직원, 고객에게 전화 질문을 많이 받는 직원들에게 높은 고과를 준다. 이는 뛰어난 인재들일 수록 더 많은 감정의 공유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고 상대의 감정을 배려해 준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감정, 혹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더 많은 공유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동료와 고객들의 이러한 공유는 회사의 팀웍을 강화시키고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객과의 공유는 실제 ‘창의성’을 키워나가는 데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고객의 불만과 불평을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이고 그것의 해결을 위해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고 이것이 곧 창의적인 업무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뛰어난 인재들에게 공유는 ‘비극’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동력이자 자신을 발전시키는 긍정의 정신으로 작용한다. 그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늘 순발력 있게 변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타인과 교류하기 때문에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 기업은 자신의 직원이 얼마나 많은 공유를 하는가, 그리고 그 공유를 통해서 얼마나 더 생산적인 업무 결과를 내느냐를 보면서 그들이 인재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슈퍼인재와 감정, 정서와 미래를 ‘공유’하라
빌 게이츠는 언젠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몰락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 회사에서 최고의 인재 20명을 빼간다면 우리 회사는 별 볼 일 없는 회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빌게이츠가 자신의 ‘슈퍼인재’를 지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그는 여러 가지 방법을 말하고 있지만 그 내재적인 법칙에는 항상 ‘공유’란 것이 깔려있다. 빌 게이츠는 직원들 모두가 업무상의 비밀이 없게끔 회사의 모든 프로젝트의 상황을 ‘공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재정 형편까지 공개한다. 이를 통해 인재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은 열정의 불꽃을 위한 장작이 되는 것이다. 인재들에게 회사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그들에게는 주인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정보가 막힌 상태에서 업무만을 강조하게 되면 그들은 스스로를 ‘일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할 뿐이고, 반대로 회사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함께 나누면 그들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회사 내에서의 자기 정체성에 관한 결정은 결국 회사가 얼마나 ‘공유’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공유는 신뢰의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미국 내 최고의 기업들’에서는 인재관리에 있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첫 번째는 공식적,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경영진과 종업원들이 서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기반이 되었을 때에만 직원들은 아낌없이 노력하게 되고 그 결과에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유’라는 것이 필요하다. ‘공식적,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끊임없이 공유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야만 썩지 않듯이 커뮤니케이션은 지속적으로 순환해야만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걷어낼 수 있다.
두 번째로 최고의 기업들은 ‘뛰어남 팀웍과 동료 간의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인재들이 ‘한 가족’이라는 정서적인 공유를 통해서 서로가 매우 친밀하고 언제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기업들’ 중 31위를 차지한 증권회사인 로버트 W. 베어드는 신입사원이 입사를 하게 되면 꽃다발을 집으로 보내 환영의 표시를 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들 역시 ‘멘토’를 지원해 주어 그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고 이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정서적 코드를 일체화시켜 나간다. 또한 기업들은 ‘보상’이라는 것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식 경영을 가장 앞서서 실천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지식의 전파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보상하고, 기업의 성과 자체를 개인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통해서 슈퍼인재들을 자신의 회사에 붙잡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공유’의 역할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즉 공유는 모든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다. 사실 인재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회사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서 자신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회사의 윗선에서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기업이 이들 인재들에게 이 같은 정보를 알려주고 함께 공유를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일에 대한 뛰어난 열정을 발휘하고 스스로 독창적인 수준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하게 된다. 또한 회사 내 다양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함께 공유되었을 때는 루머가 없어지고 회사의 운영진들이 이들 인재들에게 충분한 지지를 얻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회사에서는 이른바 ‘사내 정치’라는 것이 없어지고 동료들 간의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까지 제거된다. 이는 곧 사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장려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유의 정신은 단지 기업의 상층부만이 하는 일은 아니다. 회사 내에서의 중간 관리급 역시 이러한 공유를 통해서 부하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는 ‘자신이 아는 것을 부하와 공유한다’는 중요한 철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상사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부하와 공유함으로써 부하에게서 충성과 존경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를 통해서 자신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공유’는 인재와 회사를 이어주는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기업들이 ‘사장처럼 일하는 직원’을 원하고 직원 역시 ‘내 회사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유는 이들 양자 간의 믿음과 신뢰, 열정을 이끌어내 주는 브리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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