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Pax China 시대의 對중국 전략

권영구 2010. 7. 9. 17:07

[Weekly BIZ] [LGERI와 함께하는 '미래 경영'] [1] Pax China 시대의 對중국 전략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중국 리서치팀장
   입력 : 2010.07.03 03:24 / 수정 : 2010.07.03 14:35

 

생산거점 내륙 이전·내수형 인재 확보…
'10년후 중국' 대비하라


'10년 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두(話頭)다.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중국의 변화는 광둥 선전이나 상하이 푸둥의 천지개벽과는 규모는 물론 질적으로도 다를 것이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 기회였다. 하지만 향후 10년은 한국 기업에 장밋빛 기회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일러스트=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중국 공산당이 준비 중인 제12차 5개년 계획을 보자. 이 청사진대로라면 10년 뒤쯤 중국은 몇몇 산업에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몇몇 차세대 산업에서는 한국과 격차를 벌리게 된다. 한국과 경쟁할 중국은 그들의 '평균'이 아니라 '선진' 영역이다. 세계 경제의 13%(구매력 감안한 비중)로 성장한 중국 경제가 정부 의지대로만 흘러가진 않겠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중국 정부가 그리는 '2020년 청사진' 가운데 대략 70% 정도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 대국, 글로벌 산업 강국 중국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10년 뒤 중국'을 만들어낼 추동력(driving forces)은 이미 이 시각 중국과 글로벌시장에서 작동하며 한국 기업들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준비 없는 한국 기업들엔 유례없는 시련이 될 것이다.

'10년 뒤 중국'을 준비하며 우리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5가지 이슈와 5가지 인식의 함정을 살펴봤다.

■5가지 전략적 이슈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중국 연해지역에 포진한 노동집약적 수출 거점들이 설 땅은 크게 좁아질 것이다. 중국 제조 거점들의 집적(cluster) 효과 덕에 '세계의 공장'이 당장 쇠락하진 않겠지만, 경쟁 우위 양상에 따라 세계 공장의 생산 품목이 달라질 수 있다. 전반적인 잉여 인력 고갈과 산업 발전 단계를 생각할 때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의 팽창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 큰 기회였다. 하지만 향후 10년은 한국 기업에 장밋빛 기회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 / 블룸버그
하지만 내수가 중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더라도 10년 내에 중부 내륙이 현재 연해 대도시 수준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긴 역부족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도시화 투자 등을 감안할 때 내륙은 투자재 중심 내수시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연해지역의 소비는 더욱 고도화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공통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는 다음과 같다.

중앙정부 물류·인프라 정비중… 고속철·水運 중심지로 가볼만
현지인·화교를 CEO로 쓰는 美·유럽 기업 본받을 필요있어


①연해지역 수출기업, 이전(移轉) 준비하라

인건비 상승세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감안할 때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수년간 조세·토지·저임 혜택을 즐기다가 돌연 철수한다면, 해당 지방정부의 반발을 피할 수 없고, 다른 지역 사업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방 이기주의가 여전히 살아 숨쉬는 중국이지만, 외자기업의 경영 현황이나 사회적 기여 등은 세무당국과 공산당이란 채널을 통해 공유하는 게 중국 지도자 사회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은 지금 세워도 늦은 감이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연해지역 생산거점의 내륙 이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물류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는 만큼, 고속철도나 수운(水運) 등 내륙 물류의 중심지 등을 대체 후보지로 검토할 만하다.

②중국 현지 지역본부 기능 강화해야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중국 연해지역에 진출할 때 본국(한국·일본) 사업본부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지역본부를 세웠다. 이들을 내수형으로 전환하려면 마케팅 등 지역 밀착형 기능의 강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중국 지역본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사업본부와의 의사 결정권 조정이나 중국측 파트너 지분 정리가 병행돼야 한다. 지분 정리 과정에서 사업본부와 지역본부 간 경영진 인사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적지 않은 한국 대기업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중국 내 사업 규모가 커지고 이로 인해 수익 규모가 늘어날 경우, 한국과 중국이 수익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가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중국사회는 다른 성장시장과 달리 글로벌기업의 사회 공헌에 매우 민감하며, 세무당국 역시 기업 이윤의 해외 유출에 대해 갈수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③'휘발성' 강한 중국 인재들을 붙잡아라

내수사업에선 묵묵히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공장형 인력만으론 필패(必敗)다.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고 창의적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적어도 그런 리더십을 쫓아오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현지인이나 화교 CE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구미기업들은 지리적 한계 때문에 중국 사업장을 수출형보다 내수형으로 육성해 왔고, 이를 위해 현지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중용해왔다.

반면 중국 내 한국과 일본기업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권한을 적극적으로 아래로 이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용 브랜드 파워가 매우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인재들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휘발성'이 강한 만큼 인사관리(HR)가 내수사업 성공을 가름하는 핵심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④내수 시장도 지역별 우선순위를 정하라

중국 진출 20년이 다된 글로벌기업들도 내륙 비즈니스에는 초짜인 경우가 많다. '중부굴기(中部�起)'라는 표현처럼 한 덩어리로 묶인 듯 보이는 중부 6개 성(省)도 소비 여력이나 정책 방향에 차이가 적지 않고 심지어 고객들이나 현지 채용 직원 사이에서 베이징 표준말이 익숙하게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내륙시장은 소비 잠재력은 큰 반면 연해지역보다 도시화가 늦어져 구매력이 넓게 퍼져 있다. 더욱이 거의 모든 개별시장이 플러스 신장률을 보이고 있어 옥석을 가리기가 어렵다. 현지 사정에 정통하기 어려운 글로벌기업엔 경영 자원 투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B2C 사업의 경우 현지에 정통한 유통업체를 통해 시장 여력과 성장성을 타진해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⑤정책 불확실성에도 대비하라

예를 들어 강력한 재분배 정책이 추진된다면, 공산당의 공언대로 정말 중산층이 두터워질까. 유명 컨설팅기관들이 내놓는 중산층 확대 전망은 고정된 액수 이상의 소득층이 확산된다는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는 중국과 같은 성장경제에서는 늘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기업의 시장 전략에서 절대적 소득 증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대적 소득 격차이다. 소득 구간별로 살펴볼 때 중간층 인구의 비중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롱테일(long-tail)화가 진행되는 와중에서 중국 현지 기업과 경쟁을 불사해야 하는 범용품(Commodities) 분야에 매달리면 실패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특정 시장에 주력해 안착한 뒤 인접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내수 육성을 골간으로 하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70% 이상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30%에 해당하는 거시 리스크 관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 한국 측의 마늘 관세 인상에 휴대폰 보복관세 부과로 대응해 한국 휴대폰 수출업체들을 혼비백산하게 한 경력이 있다. 중국의 통상파워는 그때보다 강해진 반면, 국익 중시 경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고, 한국의 대중국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이런 거시정책 리스크는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