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잉’ 마케팅·‘미끼’ 마케팅…

‘쇼잉’ 마케팅·‘미끼’ 마케팅…

초고가로 고객 눈길 끌기 값 내려 소비자 지갑 열기

국민일보 | 입력 2010.04.26 18:51 

'2억8000만원짜리 스피커'와 '100g에 990원 하는 삼겹살.'

모두 소비자 이목을 끌어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상품의 매출까지 올려주는 효자상품이다. 타깃은 다르다. 전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이른바 '쇼잉 상품(showing goods)'으로 주로 '얼리어답터'들을 공략한다. 후자의 경우 원가나 일반 판매가보다 싸게 파는 '미끼상품', 즉 로스 리더(loss leader)로 해당 업체의 모든 상품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소비자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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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겨냥 브랜드 홍보

2억8000만워짜리 스피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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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크백화점은 26일 국내에 단 한대뿐인 2억8000만원짜리 스피커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오디오 제조업체 '엠비엘'의 신제품(101X-Treme)이다. CD플레이어와 앰프 등 기본 구성을 모두 장착하면 가격은 4억원을 호가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오전에만 초고가 스피커를 직접 볼 수 있는지, 음향을 들어볼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10통 이상 걸려왔다"며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은 지난 2월 말부터 한 달간 2억8000만원 상당의 그랜드피아노를 전시하면서 1년에 20대 내외로 판매되던 그랜드피아노를 무려 15대나 팔았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9일까지 유명 골프웨어와 용품을 40∼70% 싸게 판매하는 '골프 박람회'를 진행하면서 1억원 상당의 '글리프스' 금장 수제 퍼터를 선보였다. 23일부터 3일간 골프용품 매출은 4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행사 때보다 8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가 한정 제품은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 입장에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싱글 몰트 위스키 제조업체 '맥캘란'은 지난해 12월 한 병당 1900만원짜리 특별 한정판 10병을 들여왔다. 해당 제품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고 12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늘었다.

반면 파격적인 가격의 미끼상품을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많다. 대형마트가 1개에 500원 하는 라면을 특정 기간 200원에 판매하면 마트가 손해를 보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라면 하나로 해당 마트의 모든 물건값이 싸다는 인식이 확산돼 소비자들이 몰리고 전체 매출은 늘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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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값 인하, 매출 고객수 증대

업체 현혹에 빠지는 고객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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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세계 이마트가 올 들어 라면, 삼겹살 등 82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결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6.5% 증가했고, 고객 수는 2.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4만개가 넘는 품목의 0.2%에 해당하는 대표 상품의 가격을 내림으로써 '대한민국 1등 할인점'이라는 인식을 굳히는 데 성공한 셈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만 누리는 '체리피커'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미끼상품의 덫'에 빠지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해당 제품이 동나면 같은 품목의 다른 상품을 사거나 계획에 없던 물건까지 구매하는 것. 회사원 정연오(27·여)씨는 "삼겹살이 600원대라는 소식을 듣고 마트에 갔는데 정작 삼겹살은 품절돼 못 사고 다른 물건만 잔뜩 사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끼상품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마진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광고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묘한 마케팅 수단의 일환"이라며 "쇼핑 리스트를 작성해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고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