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유일한 위로

권영구 2007. 11. 22. 15:03

산에 핀 서리꽃-회인산 ⓒ최용우

유일한 위로

인간이 겪는 고난에 대해 쓴 글 중 구약성경에 나오는 욥기를 빠뜨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동방의 의인이었던 욥은 어느 날 이유 없는 고난을 당합니다. 흠 없는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에 삶의 근거를 모두 잃고 맙니다.   
어느 날 종 하나가 급히 달려와선 베두인 사람들이 욥의 소유인 소와 나귀를 다 빼앗아가고 종들을 모두 죽였다고 소식을 전합니다. 아직 말을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서 양 떼와 목동들을 모두 살라버렸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종 하나가 달려와선 갈대아 사람 세 무리가 낙타 떼에게 달려들어 종들을 모두 죽이고 낙타를 끌고 갔다는 보고를 합니다.
불행한 일이 정신없이 이어지는데,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또 다른 종이 달려와서 전하는 말은 더욱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욥의 자녀들이 큰 아들 집에서 한창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광야에서 강풍이 불어와서 집 네 모퉁이를 내리쳤고, 그 순간 집이 무너져 모두가 죽고 말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욥은 모든 재산과 자식까지를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슬픔과 충격을 이기지 못한 욥은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민 뒤 땅에 엎드립니다. 그러나 욥의 고통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발바닥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악성 종기가 퍼져 결국 욥은 잿더미 위에 앉아 기와 조각을 가져다가 자기 몸을 긁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 모습을 본 욥의 아내는 ‘차라리 하느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말을 합니다.
욥이 고난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욥의 세 친구가 욥을 찾아옵니다. 욥이 겪는 고난이 너무도 처참하여 욥의 친구들은 밤낮 이레 동안을 욥과 함께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입을 열어 한 마디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긴 침묵 끝에 욥과 친구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욥과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가 욥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욥의 친구들은 욥에게 고난당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부당하게 고난을 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숨겨진 죄를 회개하라고 촉구합니다.
욥의 친구들이 욥에게 하는 말을 들으면 구구절절 옳은 말들입니다. 무엇 하나 그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말은 욥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를 못했습니다. 위로는커녕 오히려 큰 아픔을 전해주었습니다.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너희가 불행한 내 처지를 비웃고 있다고, 너희는 넘어지려는 사람을 떠밀고 있다고, 너희가 나를 위로할 생각이면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그것이 내게는 유일한 위로라고 욥은 친구들에게 호소를 합니다.  
고난을 당하는 이에게 필요한 것은 옳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욥에겐 친구들의 옳은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었습니다. 욥에 따르면 고난당하는 자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고난당하는 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유일한 위로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욥의 말에 우리도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2007.8.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