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홍두깨로 소를 몰면 하루에 천리를 가나

권영구 2007. 11. 21. 11:10

회룡초교 앞산ⓒ최용우 

홍두깨로 소를 몰면 하루에 천리를 가나

어릴 적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동안 궁금했었다. 홍두깨가 뭘까? ‘깨’라는 글자가 들어있기 때문이었을까, 생뚱맞게도 홍두깨란 말에 도깨비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누구에게 묻기도 뭣했었다.
또 틀릴까 싶어 사전을 찾으니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홍두깨-옷감을 감아서 다듬이질 하는데 쓰이는 기구, 나무를 둥글게 깎아서 길고 굵직하게 만든다.
서투른 일꾼이 논밭을 갈 때, 고랑 사이에 갈리지 않고 남겨둔 생땅 또한 홍두깨라 부른다는 것을 사전을 찾으며 처음으로 확인한다. 모르는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 걸까 모르겠다.
홍두깨로 소를 몰다니, 그러면 어떻게 될까? 무지막지한 몽둥이로 소를 모는 것이니 하루에 천 리를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소는 그렇게 몰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몬다고 소가 잘 가는 것도 아니다. 급하다고 홍두깨로 소를 몰다간 소는 얼마 못 가서 쓰러지거나 죽고 말 것이다.
소를 몰 일도, 홍두깨를 쓸 일도 없어 오늘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말이다 싶으면서도, 버거운 목표달성을 위해 소를 홍두깨로 모는 모습이 아주 드문 것 같지도 않아 아차 싶기도 하다.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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