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조카의 혼자말이어야 했던 "엄마~~"

권영구 2005. 11. 2. 12:12
  조카의 혼잣말이어야 했던 "엄마~~"   

 




저에겐 조카가 5명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맏조카가 지금 8살입니다.

2살 때 엄마를 잃고 지금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고모인 저와 살고 있죠. 6살 때였던 가 봅니다.
제 방 맞은편에 있던 조카 방에서 분명히
"엄마~~~" 하는 조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실에 있다가 깜짝 놀라 방문 앞으로 갔죠.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엄마 얼굴 그리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서 고모 얼굴 그렸어.
엄마... 엄마 얼굴 예뻐?
고모보다 머리도 길고 고모보다 더 날씬해?
유치원에서 또 엄마 그리라고 하면 어쩌지?
고모는 별로 안 예쁜데..."

가족들 앞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한번도 사용한 적
없던 조카가 그 어린 가슴으로 "엄마" 라고
얼마나 불러 보고 싶었으면 혼자 있는 방에서
그렇게 불렀을까요?

전 문 앞에서 얼어 버렸죠.
그 어린 가슴에 맺혀 있을 슬픔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입을 손으로 막아야
했습니다.

한번도 우리 엄마 어디 있어? 우리 엄마 예뻐?
하는 말을 한 적이 없던 조카여서
내심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엄마가 늘 곁에 있었던 저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없는 조카.

그 조카를 위해서 고모인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봤지만 "엄마" 를 대신할 수는 없더군요.
고모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엄마 역할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 때부터 인터넷에서 엄마 없는
어린이들의 심리상태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죠.

제가 집에서 나와 사는 지금도
늘 조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릿해진답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세상에 가장 귀한 존재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늘 전화로 이야기 해주죠.

얼마 전에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니?" 라고 물었더니
"음~~ 많이 웃는 거" 라고 하더군요.
너무 확실한 대답 같아서 한참 웃었습니다.
많이 쓰다듬어 주고 같이 있어 주진 못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겠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 가장 사랑하는 건
바로 내 조카 경빈이라고.


- 김 진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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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큼이나 따뜻한 고모의 보살핌으로
경빈이는 사랑 가득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경빈이가 생각하는 행복처럼
많이 웃으며 밝고 맑게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 사랑만큼 확실한 보살핌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