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조카가 5명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맏조카가 지금 8살입니다.
2살 때 엄마를 잃고 지금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고모인
저와 살고 있죠. 6살 때였던 가 봅니다. 제 방 맞은편에 있던 조카 방에서 분명히 "엄마~~~" 하는 조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실에 있다가 깜짝 놀라 방문 앞으로 갔죠.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엄마 얼굴 그리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서 고모 얼굴 그렸어. 엄마... 엄마 얼굴 예뻐? 고모보다 머리도 길고 고모보다 더 날씬해?
유치원에서 또 엄마 그리라고 하면 어쩌지? 고모는 별로 안 예쁜데..."
가족들 앞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한번도 사용한
적 없던 조카가 그 어린 가슴으로 "엄마" 라고 얼마나 불러 보고 싶었으면 혼자 있는 방에서 그렇게
불렀을까요?
전 문 앞에서 얼어 버렸죠. 그 어린 가슴에 맺혀 있을 슬픔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입을 손으로 막아야 했습니다.
한번도 우리 엄마 어디 있어? 우리 엄마 예뻐? 하는 말을 한 적이 없던 조카여서
내심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엄마가 늘 곁에 있었던 저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없는
조카.
그 조카를 위해서 고모인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봤지만 "엄마" 를 대신할 수는 없더군요. 고모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엄마 역할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 때부터 인터넷에서 엄마 없는 어린이들의 심리상태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죠.
제가 집에서 나와 사는 지금도 늘 조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릿해진답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세상에 가장 귀한 존재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늘 전화로 이야기 해주죠.
얼마 전에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니?" 라고
물었더니 "음~~ 많이 웃는 거" 라고 하더군요. 너무 확실한 대답 같아서 한참 웃었습니다. 많이 쓰다듬어 주고 같이 있어
주진 못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겠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 가장 사랑하는 건 바로 내 조카
경빈이라고.
- 김 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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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큼이나 따뜻한
고모의 보살핌으로 경빈이는 사랑 가득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경빈이가 생각하는 행복처럼 많이 웃으며 밝고 맑게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 사랑만큼 확실한 보살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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