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저 못된 건가요?

권영구 2005. 9. 24. 09:45

 

  저 못된 건가요?  

 




         저는 늘 할머니를 모시고 목욕탕에 갑니다.
         가족 중에는 할머니를 챙겨 드릴 사람이
         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이젠 좀
         싫증이 납니다. 요즘은 저 혼자 목욕탕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를 모른 체 하고 목욕탕에
         갈 수가 없어 이런 제 마음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그렇기도 하겠지. 씻겨 드리려면..." 하시며,
         겨울에는 어쩔 수 없지만 여름에는 집에서
         씻어도 되니까 혼자 가도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 손으로 할머니를 씻겨 드리는 게 힘들고
         싫어서가 아닙니다.
         (전 한 손을 전혀 쓰지 못하거든요.)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마음이 자꾸 드는 건지...

         언니에게 이런 제 맘을 얘기했더니
         '할머니께 잘해 드려라(살아 계신 동안에)
         할머니가 안 계시다고 한번 생각해 봐라...'
         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언니의 말이 자꾸 뇌리에 맴돕니다.
         사랑밭 새벽편지 가족 여러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제가 너무
         못된 건가요?


- 김 현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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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일색인 이 세상 속에서
현정님의 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특별할 건 없어 보이지만
할머니께서는 분명 현정님을
참 좋은 마음의 친구로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 진정한 효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다워진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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