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어느 날, 체육 수업이 끝나자마자
운동장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면
와르르 쏟아지던 미지근한 물의 감촉을 아직 기억한다.
고1 여름방학 때, 보충수업이 끝났는데도
친구랑 헤어지기가 아쉬워 정류장에 선 채로
버스 한 대를 보내고, 또 한 대를 보내며
수다에 몰두하던 오후를 잊지 못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한강을 따라 뛰다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숨을 고를 때 불어오던 산들바람,
하드 하나 입에 물고
한 손에는 맥주가 든 비닐봉지를 늘어뜨린 채
휘청휘청 걷던 자정 무렵의 귀갓길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여름의 순간들과 함께 이만큼 자랐다.
- 김신회 저, <아무튼 여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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