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일상스토리]겨울에 나누는 따뜻한 여름이야기

권영구 2025. 12. 3. 10:07

 

초여름 어느 날, 체육 수업이 끝나자마자

운동장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면

와르르 쏟아지던 미지근한 물의 감촉을 아직 기억한다.

 

고1 여름방학 때, 보충수업이 끝났는데도

친구랑 헤어지기가 아쉬워 정류장에 선 채로

버스 한 대를 보내고, 또 한 대를 보내며

수다에 몰두하던 오후를 잊지 못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한강을 따라 뛰다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숨을 고를 때 불어오던 산들바람,

 

하드 하나 입에 물고

한 손에는 맥주가 든 비닐봉지를 늘어뜨린 채

휘청휘청 걷던 자정 무렵의 귀갓길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여름의 순간들과 함께 이만큼 자랐다.

 

- 김신회 저, <아무튼 여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