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50살이지만, 아직 용돈을 받습니다
2023.10.26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한 일본의 1980년대에만 해도, 이 문제는 주로 청년 문제로 다뤄졌습니다. 최근에는 그 시절 청년들이 자라 50대의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고, 여전히 80대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일컫는 일본의 ‘8050 문제’는 중년과 노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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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 사례가 보고된 것은 2000년이며, 현재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24만명 정도 된다는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집계되지 않은 청년의 비율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죠.) 아직까지 국내에서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청년들이 나이가 들면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일본처럼 노년의 부모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일본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일본의 전직 사무차관인 구마자와 히데아키(76)가 은둔형 외톨이인 40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고위 관료 출신이었던 히데아키는 평소 이웃들 사이에서 정중하고 인품이 좋은 사람으로 통했기에 사건이 알려지자 모두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는 히키코모리 아들이 폭력성을 띠자 다른 사람들을 해칠까 두려워 살해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아들은 평소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면서 지냈고, 한 달 용돈으로 약 300만원씩 받아 이 중 200만원 이상을 게임에 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히데아키 부모는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기 일쑤였는데요. 사건 당일에도 에이이치로는 주변이 시끄럽다며 “다 죽여버리겠다”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폈고 사건 직후 직접 신고했던 히데아키. 죄를 지었지만 그저 손가락질만은 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점점 더 인간관계가 경쟁적, 피상적으로 흐르면서 개인화됨에 따라 어떤 누구도 은둔형 외톨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단지 개인의 병리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병리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적 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성숙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를 다룬 그 밖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언론매체들은 한결같이 은둔형 외톨이들을 범죄자 혹은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요. 은둔형 외톨이를 사치병 혹은 게으름이라고 치부하며 부정적으로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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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구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계기는 왕따, 실연, 상사의 질책, 학업 부진, 취직 실패 등 매우 다양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그들에게는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고 응원해줄 이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은둔형 외톨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세상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갈구하고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고통의 긴 터널을 뚫고 나와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가족들에게는 은둔형 외톨이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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