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비행기 안에서 읽고 싶은, 친구 같은 에세이
2023.10.24
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때로는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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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눈을 감고 여러분이 곧 출발할 비행기 안에 있다고 상상합시다. “평일에 여행? 역시 프리랜서라서 팔자 좋다.”라고 말을 듣는 번역가가 있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실 극과 극입니다. 프리랜서라서 자유롭고 편하게 일하며 살 거라는 환상부터 프리랜서라서 불안한 삶을 살 거라는 편견까지… 번역가 정재이 작가는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었던 번역가가 되고자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새 출발을 했지만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합니다.
드디어 여러분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이제 이곳과 잠시 이별합니다. 홀가분한 마음부터 설레는 마음까지… 창밖을 보니 비행기는 상공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어 말하자면, 정재이 작가는 번역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왜 행복한 이유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부터 찾는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프리랜서라서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더 치열하게 살면서 슬럼프나 번아웃이 오면 여행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죠. 몰려드는 번역 마감과 주변의 편견, 부족한 휴식…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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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비행기가 구름 위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정재이 작가는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온 후로,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 기내에서 누르던 비행기 모드 버튼을 까맣게 잊고 지냈죠. 그러던 중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에도 SNS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완전하게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사한 것입니다. 자발적 단절을 선택하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연결될 용기와 힘을 되찾게 됩니다.
<2년 만에 비행기모드 버튼을 눌렀다>는 일상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고 다짐을 했던 저자가 팬데믹 직전에 한 달간 다녀온 샌프란시스코와 LA 여행을 추억하며, 지난 2년 동안 또 한 번 성장통을 겪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여행 앨범에서 꺼내 놓은 사진들을 보며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사진 속 여행지의 소리와 냄새, 촉감까지 느껴져 지금 당장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질 것입니다.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나를 힘들게 하는 일로 부터 거리를 두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 안에서 설레는 기분으로 눌렀던 이후로,
2년 만에 마주한 비행기 모드 버튼이 나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다만, 다음에는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 날,
휴대폰 화면에 비행기를 띄우고 싶다.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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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방향으로 잘 내려가고 있는가를 수시로 확인하기보다 눈앞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꼈던 과거. 모르는 길도 무작정 걸어 보며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었지만 사실 우리는 틀리는 것을 거부한 여행자가 아니었을까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며 미래를 불안해하던 태도가 여행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지금 향하고 있는 나목적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잠시 쉬어 가거나 멈춰 서서 다시 차근히 알아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비행기 안에 있든, 도착할 그 어딘가에서 크고 작은 행복과 마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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