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추천도서] 학력파괴자들 ... 오빠들! 나 학교 안나올거야. 나 찾지마~

권영구 2021. 1. 12. 10:12

 

- 오빠들, 나 학교 안 나올 거야. 나 찾지 마 -


2000년 한양대 의대 본과 1학년 해부학 시간, 한 학생이 갑자기 책을 덮더니 가방을 쌌다. 그녀는 강의실을 박차고 나가며 “오빠들, 나 학교 안 나올 거야. 나 찾지 마.”

그녀의 이름은 이상민.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항상 공부를 강조했고, 대학에 가기만 하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정말인 줄 알고 상민은 죽어라 공부했고, 아버지가 원했던 의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대학은 부모님의 말씀과 달랐다. 끝없는 의대 공부는 재미도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이 공부를 끝내고 의사가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펄쩍 뛰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달랑 만 원짜리 한 장과 함께 집을 나와 먹고살기 위한 ‘알바 인생’을 시작했다. 신문배달, 고깃집 불판 닦기, 호프집 서빙, 주말은 영어과외를 했다.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어서였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며 인생의 즐거움을 알았어요. 밥을 못 먹어도 될 정도로 행복했어요.”

2년이 지나자 그녀는 그동안 모은 종자돈으로 액세서리 노점을 열어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접한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쇼가 그녀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진짜 멋있다. 그래 이거야”

곧바로 한국관광대학에 등록했다. 학내에는 ‘의대에서 온 또라이가 한 명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조리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했다. 6개월이 지나니 실력이 쌓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의대생 시절 해부학을 하려면 몸이 굳었는데, 요리 재료들을 매만질 때는 가슴이 충만해져요.”라는 말에서 그녀가 느낀 짜릿함이 어떤 것이었을지 짐작 가능하다.

그녀는 2006년에 교수님 추천으로 SBS 서바이블 프로그램인 ‘내일은 요리왕’에 나가서 거침없는 입담과 빼어난 실력으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등을 차지했다. 이때 비로소 부모님의 인정도 받았다.

그녀는 더 많은 도전을 하기 위해 아랍 에미리트의 7성급 호텔에 취직했다. 월급은 28만원 밖에 안됐지만 상관없었다. 최고급 식자재를 사용한 수준 높은 음식을 조리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스위스로 건너가 프랑스어를 배우며 조리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쉼 없이 앞을 향해 달리던 상민은 잠깐의 휴식을 위해 귀국했는데 러브콜이 쏟아졌고, 2010년 노보텔에 입사했다.

이제 이름난 셰프가 된 그녀의 이야기는 중학교 가정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녀는 남이 만들어 놓은 레시피가 아닌, 단 하나뿐인 독창적인 요리를 만들어가는 도전적인 자세로 세상에 빛을 발하고 있다.

“통 크고 자유로운 요리를 보여주고 싶어요. ‘3분의 1 티스푼’, ‘2분의 1 티스푼’ 이런 것 말고요. 사람마다 간이 다르잖아요. 그걸 일률적으로 계량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