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눔 편지 – 오월은 치유의 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월입니다.
흔히들 계절의 여왕이라 말하는 바로 그 오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꽃은 화려함으로, 신록은 풋풋한 싱그러움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줍니다.
그런데 올해는 안타깝게도 그 선물을 마음 놓고 즐길 수가 없습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오월에는 우리가 챙겨야 할 기념일이 많이 있습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
이 날들에 마음껏 요란하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픈 마음 함께 나누며 조용한 날들로 그 의미를 새롭게 창출했으면 합니다.
삼월의 봄에서 이어진 사월의 봄은 그 시작이 아름다웠습니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고 우리를 들뜨게 했습니다.
우리를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했습니다.
전국에서 꽃 잔치가 벌어지고 봄꽃 나들이로 시작한 사월의 봄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우리를 너무나도 큰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어느 시인이 말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입니다.
정말 잔인한 사월의 날들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푸른 청춘을 되찾는 봄에 우리는 피어나지도 못한 너무나 많은 어린 아이들을 저 바다에서 잃었습니다.
청천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그것도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랑하고 생각하고 너무나도 아끼는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은 침묵으로 흘러 보내라‘...라고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너무나 슬퍼서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사월의 날들이었습니다.
오월의 봄도 그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망을 보았습니다.
절망을 배웠습니다.
더 이상의 고통과 슬픔이 없도록 모두가 마음의 손을 잡아야겠습니다.
이제는 오월의 봄기운을 호흡하며 마음을 추슬러보았으면 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끝내 우리가 가야할 길은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오월은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가족은 매일 얼굴을 봅니다.
툭하면 지지고 볶습니다.
남보다 더 상처를 주고 또 받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이름 가족입니다.
동요가 생각납니다.
온 가족이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입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소홀해졌던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조화로운 삶의 기술로 사랑과 행복이 담긴 가족이야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의 비합리,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화가 납니다.
지금의 고통과 슬픔이 좀 더 합리적으로 미래를 위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사랑하는 이웃을, 사랑하는 선생님을, 사랑하는 친구를, 사랑하는 지인을 말로만이 아닌 진정으로 사랑을 함께 나누는 오월의 날들이었으면 합니다.
오월의 봄날은 모두에게 치유의 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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