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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세청이 '썩은 조직' 낙인찍히면 租稅 저항 불러올 것

권영구 2013. 8. 5. 17:42

[사설] 국세청이 '썩은 조직' 낙인찍히면 租稅 저항 불러올 것

 

 

입력 : 2013.08.05 03:14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2006년 7월 CJ그룹으로부터 현찰 30만달러(3억3000여만원)와 2000만원 상당의 외국산 고급시계를 받은 혐의로 3일 구속됐다. 전씨는 당시 국세청장 취임을 계기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뇌물을 받은 뒤 그해 8월 CJ그룹에 대한 주식 이동 조사를 하고서도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았다고 한다. CJ그룹은 2008년 검찰과 경찰이 차명(借名) 재산을 수사하자 그때야 주식 이동에 따른 상속·증여세 미납분 등 1700억원을 자진 납부했다.

국세(國稅)기본법 47조는 '정부는 세법에 규정하는 의무를 위반한 자(者)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에도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지방 국세청장이…(금액을) 계산할 수 있다'며 과세 여부 결정을 세무서나 지방국세청에 위임한 조항이 적지 않다. '납세 의무를 위반하면 가산세를 부과해야 한다'거나 '이럴 때는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세법이나 시행령, 시행세칙 모두가 이처럼 세금 부과 여부를 국세청 재량에 맡긴 경우가 많아 기업들이 세금을 덜 내려면 세무서를 상대로 로비를 하게 된다. CJ그룹 4명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8명, 롯데그룹 3명, SK그룹 2명 등 재벌 기업마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줘 세무조사를 무마하거나 추징 세액(稅額)을 낮추는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연구개발비(R&D) 비용 중 어디까지를 세금 감면 대상으로 인정해줄지, 같은 호텔이라도 세금 혜택을 받는 관광호텔로 지정할지 일반 숙박업소로 지정할지도 국세청이 정하게 되어 있다.

국세청뿐 아니라 다른 행정부서·지자체의 세무 담당들도 고위직이건 하위직이건 은퇴 후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넉넉한 생활을 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은퇴 후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전직 세무 공무원도 많지만 퇴직하자마자 현직에 있을 때 비축한 돈으로 빌딩을 구입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국세청은 해마다 전체 세수(稅收) 중 90% 이상을 납세자들의 신고대로 받는 자진납세 형식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요즘처럼 부패(腐敗) 부서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되면 납세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납세액을 신고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끝내는 조세 저항을 불러오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