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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여자프로농구팀 해체 / 한국여자농구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권영구 2012. 4. 17. 10:18

[곽현의 클러치타임] 신세계 “예의·의리·상식? 그게 뭐예요?”

점프볼 | 곽현 기자 | 입력 2012.04.17 01:04 | 수정 2012.04.17 01:10 | 네티즌 의견 보기



여자프로농구 신세계가 13일 전격 해체를 발표했다. 신세계는 해체 발표 1시간 전에 WKBL(여자농구연맹) 김원길 총재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자신들의 소속단체인 WKBL에 대한 예의, 팬들에 대한 '예의'는 무시했다. 신세계는 아무런 예고 없이 선수들을 소집해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가족 같은 선수들에 대한 '의리'가 없었다.

신세계는 여자농구판에서 15년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구가하며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헌데 15년이란 역사를 휴지조각 버리듯 버렸다. 프로구단으로서,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으로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신세계는 예의와 의리, 상식이란 걸 모르는 듯하다.

▲신세계 '폭탄선언' 여자농구 패닉상태


13일 신세계가 뜬금없는 '해체 선언'을 했다.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신세계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심지어 WKBL 김원길 총재에게 1시간 전에 미리 알린 것이 전부였다. 여자농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감독선임 건으로 조용할 날이 없던 여자농구는 예기치 못 한 '대형사고'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신세계는 1997년 태평양 농구단을 인수해 1998년 창단식을 가졌다. 1998년 WKBL 출범과 함께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이다. 출발도 화려했다. 98년과 2000년 여름리그, 2001년 여름리그, 2002년 겨울리그 등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정선민, 양정옥, 장선형, 이언주 등이 주축이 돼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삼성생명의 독주가 이어지던 여자농구에서 유일한 라이벌로 떠오른 것이 신세계였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신세계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03년 이후 정규리그 4위 이상을 해본 적이 없다. 팀을 이끌던 이문규 감독, 정선민이 떠난 영향이 컸다.

이처럼 신세계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보잘 것 없이 초라하다. 선수는 물론, 얼마 전까지 팀을 이끌던 정인교 감독도 해체 사실을 전혀 알지 못 하고 있었다.

신세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문규 전 감독은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갑작스러웠고, 이해도 안 됐다. IMF시절 13개이던 여자농구팀이 점차 해체됐을 때 신세계가 창단하면서 여자농구가 활성화 됐다. 근데 이제는 신세계가 해체하면서 상황이 거꾸로 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덕분에 여자농구는 위기에 처했다. 갑작스런 팀 해체에 마땅한 대응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팀이 인수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현재 있는 선수들이 모두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다. WKBL 김원길 총재는 16일 "인수팀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부터 인수할 팀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2004년 모기업 경영악화로 해체된 현대여자농구단을 WKBL에서 위탁운영하다 신한은행이 인수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인수기업이 나타난다면 WKBL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악의 경우 인수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신세계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 5개 구단에서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김지윤 등 주전급 선수들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주전이 아닌 선수들은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당장 은퇴의 길을 걸어야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인수기업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WKBL은 수년 전부터 7구단 창단을 외쳐왔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

프로리그가 5개 팀으로 운영된다는 것도 우습다. 일부 팀들은 벌써 다가올 시즌을 걱정하고 있다. 경기수가 적어지는 만큼 투자대비 홍보효과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여자농구는 이래저래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세계는 왜 해체했나?


신세계는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정식으로 해체결정을 알렸다. 보도 자료의 제목은 '신세계, 여자프로농구단 '쿨캣' 접는다'였다. 제목부터 가관이었다.

아래는 신세계의 보도자료 전문이다.

'신세계, 여자프로농구단 '쿨캣' 접는다'

동계스포츠 종목 후원하기로

신세계가 여자프로농구단 부천 '쿨캣'을 접기로 했다.

여자프로농구는 1997년 실업팀과 금융팀을 양대 축으로 출범했으나 현재 신세계를 제외한 5개팀 모두가 금융팀으로 구성된 상황이다.

신세계는 유통소매기업으로서 지난 15년간 여자프로농구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금융팀 중심의 리그 운영에서는 한계가 있었으며, 신세계를 대신해 금융권의 프로팀이 추가되는 것이 여자프로농구가 더욱 활성화되고 농구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단을 접는 대신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동계올림픽 종목을 후원하기로 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계올림픽 종목을 발굴 및 지원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국위를 선양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다.

쿨캣 관계자는 "인수 기업을 찾는데 최선을 다했고, 다른 구단에서 선수 인수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선수들의 희망사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이적, 직무 전환 등 충분한 처우를 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의 주된 해체 원인은 '금융팀 중심의 리그 운영에서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돼 있다. WKBL 6개 구단은 신세계를 제외하고 은행팀과 생명팀 등 모두 금융권 팀들이다.

사실 신세계의 해체이유는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도 아니고,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으로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과 호텔, 건설업까지 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사실 신세계의 '해체설'은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여자농구계에서는 "신세계는 걸핏하면 팀을 해체하겠다고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렸다.

그만큼 연맹 및 타구단과 마찰이 잦았다. 2010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신세계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네 구단이 샐러리캡 규정을 어겼다며 드래프트에 불참했고, 작년 5월에는 소속선수인 김계령이 FA자격을 얻어 삼성생명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연맹의 뜻에 불응하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세계는 사사건건 연맹과 부딪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해체 선언 직후 "샐러리캡을 지키고도 선수를 뺏기는 등 억울한 점이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홈 체육관인 부천체육관은 6,000석 규모로 여자농구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헌데 신세계의 경기를 보면 관중의 50% 이상이 노인 팬들이다. 이들은 순수 농구를 보러 왔다기 보다는 경기 중 나눠주는 사은품을 받기 위해 온 관중들이다.

신세계는 지난 시즌 중간 집계한 관중수 집계에서 전체 1위를 했지만, 그 중 유료 관중의 수는 턱없이 적었다. 부천체육관 주위는 아파트 단지가 대거 형성돼 있지만, 그만큼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 했다.

회사 측 입장에서 농구팀은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투자 대비 수익을 내지 못 했을 뿐더러 홍보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았기 때문.

신세계는 지난 3월 정규리그가 종료된 후 체육관과 숙소,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전면 보수 했다. 다음 시즌을 향한 힘찬 준비였다. 헌데 한 달 후 해체결정이 나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볼 때 해체 결정은 다소 갑작스럽게 진행된 걸로 보인다.

▲선수, 팬은 안중에도 없나?


13일 신세계는 선수들을 숙소로 호출했다. 기존 복귀일은 이틀 뒤인 15일이었다. 선수들은 으레 감독 선임건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 한 이야기가 나왔다. 신세계 김군선 단장은 팀을 해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선수들은 갑작스런 해체 통보에 할 말을 잃었다. 얼마 전인 시상식에서도 다음 시즌 열심히 해보자며 다짐했던 그들이었다.

김지윤은 "그날 당시에는 그냥 웃겼어요. 황당해서 눈물도 안 나왔어요. 선수들 다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그 동안 지원이 좀 안 됐어도 의리 때문에 있던 것도 있었어요. FA때 분명 다른 팀에서 제의를 받은 선수들도 있을 텐데, 팀을 떠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라며 섭섭한 심경을 전했다.

회사에서 보직변경을 해준다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평생 농구만 해온 선수들이 쉽사리 다른 일을 하긴 힘들다.

신세계 측은 5월 달까지 선수들의 연봉을 지급하고, 체육관은 개방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숙소는 일주일 안에 비워달라고 했다.

신세계 선수들은 23일부터 함께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인수할 팀이 나타날 때까지 어찌됐건 뭉쳐있는 게 좋다는 것이 선수들의 판단이다. 조동기 코치와 트레이너도 선수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숙소다. 체육관측 숙소를 쓸 수 없다보니 집이 지방인 선수들은 함께 연습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은 구단에 5월까지만 숙소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지윤은 "힘들긴 하지만, 인수기업을 찾는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뭉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고 말했다.

조동기 코치는 "팀이 와해되면 주전급 선수들은 다른 팀에 간다 해도, 밑에 선수들은 실업자가 된다. 인수 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김정은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해체 소식에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지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김정은은 "처음 들었을 때 실감이 안 났어요. 신세계가 얼마나 큰 기업이에요. 하루아침에 해체라뇨. 클럽팀 운영도 아니고…. 저희 선수들에 대한 생각은 정말 한 건지 궁금해요"라며 울먹였다.

김정은을 더욱 슬프게 한 건 후배 선수들의 말이었다. "언니, 저희 운동 더 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후배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고참들은 어떻게든 다른 팀에 갈 수 있어도, 어린 선수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김정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감독님 재계약 안 한 것도 이해가 안 됐어요. 이럴 거였으면, 감독님께 불명예를 안겨드리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 이럴 때 감독님이라도 계셨으면 조금이라도 힘이 됐을 텐데."

김정은은 기자에게 되레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죠?"라고 묻기도 했다. 목소리엔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숙소문제가 걱정이에요. 숙소 문제만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저희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정은의 집은 천안이다. 서울에 위치한 숙소까지 매일 훈련을 위해 가기는 힘든 상황.

신세계는 골수팬이 제법 되는 구단이다. 신세계의 해체 소식에 팬들은 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여자농구 커뮤니티에는 팬들의 항의 섞인 글이 빗발쳤다.

"신세계 팬으로써 해체된 거 외에는 진짜 눈에 뵈는 게 없네요. 약이 오르기도 하고요. 성적이 나쁜데도 끝까지 참고 견디며 응원했는데. 이게 보답인지?"

"신세계란 팀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 같네요. 솔직히 홈페이지 관리도 안 해, 부천에 자기 팀 있다고 홍보도 안 해, 선수들 지원도 별로고…. 근데 이제 와서 일방적인 해체? 정말 너무하네요. 꼭 다른 기업에서 인수해서 다음시즌 비상하여 신세계가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반드시."

"저는 진짜 오늘부터 무책임한 신세계가 운영하는 곳은 안 갈 거예요. 이런 무책임한 곳 믿을 수도 없고, 정말 싫어요. 적어도 선수들하고 같이 지낸 세월하고 정이 있는데, 너무해요. 농구가 전부인 사람들일 텐데, 인수 확정도 안하고 무책임하게 해체시키고."

신세계는 보도 자료를 통해 해체 통보만 했을 뿐, 팬들에 대해서는 일체 사과 한 마디 없었다. 현재 신세계 농구단 홈페이지는 '시스템 점검 중'이라는 글이 덩그러니 쓰여 있을 뿐이다.

▲연맹의 책임은?


신세계의 무책임한 해체 과정까지는 연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연맹은 신세계를 비롯해 6개 구단을 이끄는 조직이다. 하지만 하나의 팀이 해체를 하는 과정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 했다. 말릴 새가 없었다. 이는 결국 '소통 부족'을 의미한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신세계는 계속해서 연맹 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연맹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세계 측은 "연맹은 항상 그런 식"이라며 믿음직스럽지 못 한 일처리에 불만을 내비쳤다.

신세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을 때 연맹은 신세계를 다독이지 못 했다. 설득시키지 못 했다. 결국 신세계가 갖고 있던 불만은 점점 커져갔다. 신세계는 '김계령 사건' 당시 연맹 측의 연락을 20여일 가까이 받지 않으며 침묵한 적이 있다. 일종의 '침묵시위'였다. 그만큼 연맹 측에 쌓인 불만이 많았다.

결국 사건은 해결됐지만, 쌓인 앙금은 풀리지 않았다. 주위에선 신세계 측에서 쌓여왔던 불만들이 터져버린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구단을 운영하는 데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도 해체까지 가져간 요인이다.

연맹이 힘을 잃고 구단에 끌려 다닌다는 여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신세계가 연맹의 연락을 무시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해체 통보도 겨우 발표 1시간 전에야 일방 통보했다. WKBL 수장인 김원길 총재가 국회의원을 지내던 2004년까지는 연맹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총재의 정계 은퇴 후 연맹의 힘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단단히 중심을 잡고 구단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연맹이 구단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제 2, 제 3의 '신세계 사태'가 또 발생할지 알 수 없다.

WKBL은 1998년 출범 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6개 구단이 5개 구단으로 축소됐다. 이 상태로 정상적인 리그를 치른다고 장담할 수 없다. 더욱 위기인 점은 김원길 총재가 4월까지가 임기라는 것이다. 김동욱 전무이사도 사표를 낸 가운데, 이명호 사무국장마저 4월이 정년퇴임이다. 사실상 연맹을 이끌어갈 인물이 남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연맹이 어떻게 해쳐나갈지 걱정된다.

▲여자농구 전체에 불어 닥친 위기, 어떻게 책임질 건가


여자농구는 1970년대 최고의 인기스포츠였다. 서울의 장충체육관에는 여자농구가 열리는 날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오히려 남자농구가 여자농구의 틈에 끼어 경기를 할 시기였다.

그런 여자농구는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높은 종목이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는 4강 신화를 달성했다. 남자농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성적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4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올 해에는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할 예정이며, 본선 진출이 유력시된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한국여자농구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5월이면 여자대표팀이 선발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자칫 대표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신세계의 행동은 무책임했다. 해체를 할 지언즉 준비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 "인수기업을 찾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신세계가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직접 인수할 기업을 찾아야 했고, 연맹에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선수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 프로팀 신세계는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아니 그보다 못 한 행동을 했다. 일개 동호회팀도 이렇듯 무책임하게 간판을 내리진 않는다.

신세계의 기업 홈페이지 경영이념 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신세계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사회발전을 위한 책임을 다하고 임직원의 보람과 고객의 행복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으며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된다."

"사회발전을 위한 책임을 다한다"고 돼 있는데, 과연 여자농구의 발전을 위한 책임은 다 했는지 궁금하다. "임직원의 보람과 고객의 행복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임직원은 신세계 선수들도 포함될 수 있으며, 고객은 신세계의 팬들이 될 수도 있다. 임직원은 끝까지 책임졌는지, 고객들을 실망시키진 않았는지 매우 궁금하다. 마지막 단락에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된다"고 나와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수천 수만 명의 여자농구 팬들에게 '신세계'란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근무 중인 신세계 임직원들 역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될 것이다. 언제 어느 때,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사진 - 문복주 기자, WKBL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