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24
< 주장으로 나선 박지성 >
영국은 모처럼 겨울 날씨를 잊을 만큼 영상 10도 이상의 포근한 기온 속의 하루였다. 이미 지난 주 네덜란드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원정승을 거두며 16강 진출 청신호를 켰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홈팬들과 선수들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안방에서 치를 경기에 대해 부담감이 덜한 느낌이었다. 경기장 상단에는 빈자리가 많이 보일 만큼 홈팬들도 다른 경기에 비해 아약스전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 아약스 팬들의 응원은 대단했다 >
'큰 코 다친 경기'
퍼거슨 감독은 몸이 아픈 공격수 루니를 아예 명단에서 제외했다. 대신 그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베르바토프를 시작으로 스몰링, 파비오 등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 감각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삼겠다는 것. 그만큼 안방 경기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다. 출발은 좋았다. 6분만에 박지성이 가로챈 공이 베르바토프를 지나 치차리토에게 연결됐고 깔끔한 슈팅으로 치차리토가 선취골을 만들어 냈다. 경기장 내 홈팬들은 승리를 확신한 듯 이전보다 더 여유로운 관전 모습을 보였다. 아약스 팬들의 시끄러운 응원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유는 역시 최고의 적, 선제골 이후 맨유는 아약스의 압박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위험스러운 공격 기회를 내줬고 수비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필 존스와 스몰링의 두 중앙 수비수는 박지성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불안한 모습이었다. 결국 전반이 끝날 무렵이 전반 37분 아약스의 오즈빌리츠가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와 에반스에게 몸 풀 것을 지시했고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애슐리 영과 클레버리를 교체 아웃 시켰다. 퍼거슨 감독이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향해 화를 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나마 스콜스의 투입 이후 한결 부드러워진 맨유의 공격,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기회를 노리던 아약스가 결국 후반 42분 역전골에 성공했다. 알데바이렐드는 오즈빌리츠의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헤딩 슈팅으로 맨유 골네트를 흔들었다. 맨유 입장에서는 다행히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고 합계 3-2로 간신히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추가 실점을 막아냈지만 맨유 선수들과 맨유팬들은 안방에서 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 경기에 앞서 몸 푸는 양팀 선수들 >
'박캡틴, 아쉬운 경기였다'
선수 명단이 발표되고 이 날 맨유의 주장은 필 존스라고 전해졌다. 선수 명단 리스트에도 필 존스 옆에 주장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경기 시작을 앞두고 진행된 선수 입장에서는 박지성이 맨유 주장 완장을 찬 상태로 가장 먼저 입장을 했다. 기자석도 술렁였다. 박지성에 따르면 이미 퍼거슨 감독은 경기 전에 박지성에게 오늘 경기의 주장이라고 전달했지만 미디어에게 전달된 선수 명단 리스트에 잘못 기재된 것. 영국 취재진들의 시선에도 박지성의 주장 완장은 의외의 결정처럼 보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리드해 가는 주장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전반에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좀 더 치중하며 중앙 수비까지 가담할 정도로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치차리토의 첫 골에서도 박지성의 과감하고 영리한 플레이가 큰 도움이 됐다. 전반 하파엘이 경고를 받을 때에는 주심에게 달려와 상황을 설명하는가 하면, 선수들 사이에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다가가 손뼉을 마주치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이 주장으로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뛴 경기였지만 결과는 아쉽게 패배였다.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박지성도 만족할 순 없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박지성을 기다렸다. 맨유 선수들보다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아약스 선수들이 환한 얼굴로 네덜란드 취재진들과 즐거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가르켰다. 맨유 선수들도 거의 대부분 돌아간 상황, 기다리던 박지성이 믹스트존에 등장했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영국 취재진들도 모두 박지성을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영국 취재진들 역시 분주해졌다. 제일 먼저 좋은 자리를 잡은 MUTV가 인터뷰를 했고 곧이어 영국 신문 기자들이 박지성에게 몰려 들었다. 경기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만큼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연이은 인터뷰에 이어 드디어 한국 취재진들 차례. 경기 결과에 대해 먼저 물었다. 그는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와 내용이었다. 이러한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내 주장이 된 것에 대해서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박지성은 "영광스러웠다. 상당히 중요한 자리였고 주장 완장을 찬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 박지성과의 인터뷰 >
-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했지만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는데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와 내용이었다. 이러한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언론에서 맨유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점치고 있는데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럴 힘을 갖고 있는 팀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앞으로 오늘 같은 경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야 한다"
- 맨유 주장으로 뛰었는데
"영광스러웠다. 상당히 중요한 자리였고 주장 완장을 찬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 경기에서 졌기에 그런 기쁨이 감소됐다"
- 프리미어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 다른 시즌보다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아직까지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시티와는 승점 2점차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승 경험이 많기에 남은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2005년과 주장을 맡은 지금 입지가 변했나?
"팀 내 입지는 달라진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주장 완장을 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웃음)"
- 오만전 승리로 런던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는데
"원정 경기에서 굉장히 힘들었을텐데 잘 경기를 치렀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올림픽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축하하고 모든 선수들이 노력한 댓가라고 본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by 조한복 축구전문기자 @epl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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