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경질’ 스스로 권위 무너뜨린 기술위
데일리안 | 입력 2011.12.08 11:59 | 수정 2011.12.08 16:18 |
[데일리안 박상현 객원기자]
원칙과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슬픈 코미디'와 같은 일이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정식 발표했다.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 월드컵 3차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시간이 촉박해 서둘러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조광래 감독의 경질에 대해서는 웬만한 축구팬이나 축구계 인사도 어느 정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한일전 0-3 참패에 이어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레바논에 1-2로 꿇으면서 월드컵 본선은커녕 최종 예선도 나가지 못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당시만 하더라도 3위를 차지하며 축구팬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조광래 감독이었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 컸다.
조광래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독 해임이라는 정답은 맞았다. 그런데 그 풀이과정이 틀렸다. 대표팀 감독을 처리하는 그 방식과 절차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일단 기술위원이 전혀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통 대표팀 감독에 대한 처리는 기술위원회가 소집돼 논의를 거친 뒤 회장의 재가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지금 황보 위원장이 기술위원회의 수장이 된 뒤 새로운 기술위원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질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여기에 대한 문제는 황보 위원장이 직접 회장단과 함께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전이 촉박해 서둘렀다는 이유다. 하지만 새로운 대표팀 감독도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경질을 발표할 이유는 없다.
이에 대해 황보 위원장은 "아직 기술위원회가 정식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질을 발표한 것은 일부 언론에서 앞서서 보도했기 때문에 이를 서둘러 매듭짓기 위해서"라며 "기술위원회가 정식 구성된 뒤 정식 절차를 밟아 발표하려고 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7일 오후 조광래 감독을 만나 사임을 권유했다. 이미 기술위원회가 정식 구성되기도 전에 벌써 상황이 종료됐다는 얘기다. 만약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기술위원회 첫 모임에서 기술위원들은 이미 결론이 난 결정을 들었을 것이다.
기술위원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거수라는 절차만 있었을 것이 뻔하다. 위원장이 기술위원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또 쿠웨이트전을 위해 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지도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대표팀의 당면과제는 어떻게든 쿠웨이트에게 승점 3을 뺏기지 않아 최종 예선에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대표팀이 쿠웨이트에 져 최종 예선에도 나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런 부담을 안을 지도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기술위원회는 비록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의 수장을 내쳤다. 조광래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은 상태에서 최종 예선에 나가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조광래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뒤 쿠웨이트에 져 최종 예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성인 대표팀의 목표는 꾸준히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나가야만 스폰서가 생겨나고 그래야만 협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행에 적신호가 켜진 마당에서 앞뒤 잴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과 절차가 무시된 결정은 언젠가는 또 다른 비극의 발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관련기사]
☞ 황보관 "조광래 경질, 급박한 상황 이해해 달라"
前 감독들, '절차 생략' 경질에 우려 목소리
절차 없는 대표팀 감독 경질..기술위 유명무실
대표팀 감독 경질, 명분보다 절차가 우선이다
![]() |
◇ 황보관 위원장이 기술위원회의 수장이 된 뒤 새로운 기술위원은 발표조차 되지 않았다. ⓒ 연합뉴스 |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정식 발표했다.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 월드컵 3차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시간이 촉박해 서둘러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조광래 감독의 경질에 대해서는 웬만한 축구팬이나 축구계 인사도 어느 정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한일전 0-3 참패에 이어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레바논에 1-2로 꿇으면서 월드컵 본선은커녕 최종 예선도 나가지 못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당시만 하더라도 3위를 차지하며 축구팬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조광래 감독이었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 컸다.
조광래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독 해임이라는 정답은 맞았다. 그런데 그 풀이과정이 틀렸다. 대표팀 감독을 처리하는 그 방식과 절차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일단 기술위원이 전혀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통 대표팀 감독에 대한 처리는 기술위원회가 소집돼 논의를 거친 뒤 회장의 재가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지금 황보 위원장이 기술위원회의 수장이 된 뒤 새로운 기술위원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질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여기에 대한 문제는 황보 위원장이 직접 회장단과 함께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전이 촉박해 서둘렀다는 이유다. 하지만 새로운 대표팀 감독도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경질을 발표할 이유는 없다.
이에 대해 황보 위원장은 "아직 기술위원회가 정식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질을 발표한 것은 일부 언론에서 앞서서 보도했기 때문에 이를 서둘러 매듭짓기 위해서"라며 "기술위원회가 정식 구성된 뒤 정식 절차를 밟아 발표하려고 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7일 오후 조광래 감독을 만나 사임을 권유했다. 이미 기술위원회가 정식 구성되기도 전에 벌써 상황이 종료됐다는 얘기다. 만약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기술위원회 첫 모임에서 기술위원들은 이미 결론이 난 결정을 들었을 것이다.
기술위원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거수라는 절차만 있었을 것이 뻔하다. 위원장이 기술위원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또 쿠웨이트전을 위해 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지도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대표팀의 당면과제는 어떻게든 쿠웨이트에게 승점 3을 뺏기지 않아 최종 예선에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대표팀이 쿠웨이트에 져 최종 예선에도 나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런 부담을 안을 지도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기술위원회는 비록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의 수장을 내쳤다. 조광래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은 상태에서 최종 예선에 나가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조광래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뒤 쿠웨이트에 져 최종 예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성인 대표팀의 목표는 꾸준히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나가야만 스폰서가 생겨나고 그래야만 협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행에 적신호가 켜진 마당에서 앞뒤 잴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과 절차가 무시된 결정은 언젠가는 또 다른 비극의 발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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