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구멍이 숭숭 바람이 술술

권영구 2011. 6. 7. 17:18

□ 구멍이 숭숭 바람이 술술

 

제주 올레길을 딸과 함께 걸으며 본 것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구멍이 숭숭 뚫려 바람이 술술 드나들던 돌담입니다. 제주에는 강력한 태풍이 불어와 나무들을 다 뽑아놓고 비닐하우스를 뒤집어놓고 가게 간판들을 날려버리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런 강력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구멍이 숭숭 뚫려 바람이 술술 통과하는 돌담입니다. 틈이 있어야 무너지지 않습니다. 빈틈없이 꽉 차 있으면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립니다.
마귀가 다스리는 세상은 '완벽'을 요구합니다. 빈틈없이 아구가 딱딱 들어맞고 계산이 틀리면 안됩니다. 그렇게 어떤 틀(프레임)속에 인간을 가두어 놓고 절대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종교조차도 자신들의 교리와 신념으로 틀(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그렇게 숨구멍 하나 없이 꽉 막혀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완벽한 틀이 아니라 빈 틈이 필요합니다. 우리 그냥 삶 가운데 작은 틈을 만들어 놓고 살자! 틈이 있어서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돌담처럼 자신의 삶에 구멍을 만들자! 작은 새들이, 때로는 풀씨가 떨어져 싹을 내릴 수 있도록, 세상 많은 것들이, 사람들이 편히 머물러 갈 수 있도록 빈틈을 만들자! ⓒ최용우

 

□ 어제는 망종(芒種)이었습니다

 

망종(芒種)은 24절기의 아홉 번째이고 6월 6일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뜻은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芒) 곡식의 종자(種)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입니다.
옛 사람들은 망종을 5일씩 끊어서 3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마귀가 생기고, 중후(中候)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습니다.
농촌에서는 모내기와 보리베기를 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오." 라는 속담이 있나봅니다. 또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만 논에 벼를 심고, 또 망종을 넘기면 보릿대가 꺾어지거나 부러질 염려가 있고 바람에도 넘어 갈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녘에서 '발등에 오줌싼다' 고 할만큼 1년 중 가장 바쁜 때이고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던 70년대 80년대에는 망종 즈음에 '농번기방학'이라는 것이 있어서 일주일씩 학교에 안 갔던 기억이 나네요. 
보리 그스름이라고 아세요? 전남지방에서는 망종날 '보리 그스름' 이라 하여 아직 단단하게 여물지 않은 풋보리를 베어다 불에 그스름을 해서 손바닥으로 비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지요.
사방천지에 찔레꽃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요즘은 나무에 피는 꽃들이 꽃을 내는 시기입니다. 앵두나무에 빨강 앵두가 익어 앵두나무 그늘아래 앵두 따던 처녀총각 바람나겠네요^^ 푸르른 녹음도 이제 지친 듯 따가운 햇볕에 잎을 늘어뜨리기 시작하네요.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