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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장 전화 걸어와 “우린 괜찮다, 믿고 거래하자”

권영구 2011. 3. 16. 14:52

 

[동일본 대지진] 일본 사장 전화 걸어와 “우린 괜찮다, 믿고 거래하자”

[중앙일보] 입력 2011.03.15 00:02 / 수정 2011.03.15 09:02

김병국 사장 감동시킨 신뢰

 

 

 

김병국(52·사진 오른쪽) 교동식품 사장이 일본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도쿄에 있는 혼다 나오미(55·왼쪽) 하우촌재팬 사장이었다. 혼다 사장은 김 사장의 12년 지기이자 사업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부리나케 혼다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는 다음 날 아침 걸려왔다. 예상과 달리 침착한 목소리였다.

 “김 사장님. 우리는 괜찮아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만 믿고 거래하시면 됩니다.”

 김 사장이 혼다 사장을 처음 만난 건 2000년 4월. 막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 냉면·삼계탕 등 포장 음식을 수출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혼다 사장은 당시 교동식품과 거래하던 일본 식품 유통업체 임원이었다. 김 사장은 “거래 때문에 혼다 사장을 만나 얘기하다 보면 꼼꼼한 게 보통이 아니었다”며 “혼다 사장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식품유통 회사를 차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이라면 믿고 거래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거래를 텄다”고 말했다.

 그러던 게 어느새 12년째로 접어들었다. 첫 해 6000만원에 불과했던 수출이 지난해는 16억원어치로 성큼 뛰어올랐다. 연 매출의 20%쯤 된다. 혼다 사장은 그동안 변함이 없었다. 종종 방한해 교동식품 공장에 들를 때면 냉면의 굵기를 잴 정도로 꼼꼼했다. 수입하는 냉면 용량까지도 일일이 확인하고 돌아갔다. 한국에선 표시한 제품 용량보다 적지만 않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혼다 사장은 용량이 많은 것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혼다 사장은 ‘제품 표시는 소비자에 대한 예의다. 용량은 1g도 차이가 나선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며 “그럴 때마다 믿음이 더 생기더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혼다 사장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공원에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55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떨린 적은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일본이 지진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만, ‘비즈니스맨’ 혼다 사장과는 앞으로도 계속 거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일본은 자극적이다. 일본의 자연 재난은 이질적이다. 쓰나미·지진·화산 폭발은 한국인에게 낯설다. 때문에 재해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방식은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재앙을 흡수, 극복하는 일본의 문화는 특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