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알기

유치원 때부터 대비 훈련, 일본의 재난 관리 시스템

권영구 2011. 3. 16. 09:08

 

[3·11 일본 대지진] 일본의 재난 관리 시스템

  • 조선  입력 : 2011.03.15 03:03

 

유치원 때부터 대비 훈련, 몸에 익도록 반복 또 반복…
라디오·물·비상식량 든 '재난가방'은 직장인 필수품

일본인들은 유치원 때부터 재난 대비훈련을 받는다. '지진이 발생하면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식의 행동요령을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힌다. 도쿄의 직장인 미스코(美都子·29)씨는 11일 대지진 당시 사무실 책상 밑으로 피신했다. 함께 대피한 동료들 모두 침묵을 지켰다. 소란스럽게 떠들면 공포감이 커져 사람들이 입구로 몰리고, 그러면 대피가 늦어져 더 큰 사고가 난다고 어려서부터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반복적으로 훈련한 것이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방재용품이 곧 생활필수품이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방석은 흔들리는 건물에서 떨어지는 유리창 등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두건으로도 쓴다. 재난시에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화장실', 교통수단이 없을 때 걸어서 귀가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 등 다양한 재난 대비 상품이 인기다.

직장·학교들은 재난 대비용품을 건물 안에 미리 갖춰두고, 가까운 공원 등으로 피난장소를 정해 둔다.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은 내진(耐震) 설계가 의무화돼 있고, 방재 전문가를 배치하도록 돼 있다. 이번 지진 발생 때도 많은 일본 직장인들이 비치된 헬멧을 꺼내 썼고 라디오, 물, 비상식량 등이 들어 있는 '재난 가방'을 들고 대피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벽촌 주민들이 만일의 경우에 대처할 수 있게 확성기를 준비해두고 휴대용 라디오를 지급한다.

재난 대비 매뉴얼 내용도 구체적이다. '해안가에서 규모 4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가 온다고 보고 고지대로 피한다''가족이 헤어질 때를 대비해 만날 곳을 정해둔다''지진이 안정되면 인명구조보다 화재 처리가 우선이다' 등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책·간행물도 다양하다. '자녀를 지키는 방재 교육 30가지 제안' '비상시 챙겨야 할 재난 대응 패키지' 등이다. 정부도 비상시 개인 행동요령은 물론 지자체가 할 일도 규정하고 있다. 국립방재연구소 심재현 방재연구실장은 "군인이 반복 훈련을 해서 전술을 몸에 익히는 것처럼 평소 반복 학습을 통해 비상시 무의식적으로 안전 수칙을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본식 방재 교육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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