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학봉 도쿄 특파원
일본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시. 중소도시 외곽의 논바닥 한복판에 있는 '알케차노'라는 식당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뜨는 이탈리아식당이다. 오쿠다 마사유키( 田政行)라는 주방장 덕분이다. 이탈리아 요리유학을 한 오쿠다씨는'지역 식재료의 신선한 맛을 최대한 살린다'는 요리 철학으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방장 특선 코스요리는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지만, 전국의 미식가(美食家)들이 몰려 예약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그는 야마가타의 농산물을 전국에 알리는 전도사이기도 하다. 50여곳의 지역 농가와 계약을 맺어 쇠고기·야채 등 식재료를 납품받고 있는데, 그의 요리가 유명해지면서 지역 농산물도 덩달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의 식재료는 수입품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외국 요리에도 신토불이(身土不二)를 확산시킨 것이다. 야마가타현이 지역 농산물을 알리기 위해 도쿄 긴자에 이 식당 분점을 내도록 했을 정도이다.
농민들이 직접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농가(農家) 레스토랑'도 인기이다. 농민들이 만든 시민단체'기요스미(淸澄)의 마을'이 운영하는 식당도 지역 채소를 활용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텅 빈 고민가(古民家)를 개·보수해 만든 식당이다. 이들 농가 식당이 향토음식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역 특산 복숭아를 활용한 파스타처럼 프랑스·이탈리아 음식과 지역 식재료를 결합한 도회적이고 이국적인 음식들이 많다.
서민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값싼 B급 음식을 통한 지역 활성화 전략도 유행이다. 매년 서민 음식 경연대회인'B1 그랑프리 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회장을 찾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은'일회용 젓가락'으로 투표, 우승자를 가린다. 전국의 특색 있는 음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작년에 아쓰기(厚木)시에서 열린 대회는 관람객이 40만명을 넘었다. 지금껏 이 대회에서 우승한 후지노미야(富士宮)시의 야키소바, 아쓰기시의 내장구이, 고후(甲府)시의 닭내장 조림 등은 전국적인 유명 음식으로 부상했다. 출품작이 특정 음식점의 메뉴가 아니라 지역 대표 음식이다 보니 여기서 우승하면 지역의 전체 음식점이 유명세를 탄다. 지역의 식당들이 공동으로 참가하다 보니 식당 주인들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함께 음식 맛을 높이는 양념을 개발하고,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한다. 자연스럽게 지역 식당들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
음식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방송도 한몫한다. 황금시간대에 TV를 틀면 십중팔구 유명 연예인들이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오이시이'(맛있어)를 연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음식 소개 덕분에 꼭 한 번은 가서 먹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까지 생긴다. 일본은 이처럼 일식(日食)의 세계화를 넘어 음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도 지역의 멋과 맛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창의성과 노력을 더한다면 음식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