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서툰 사람들
95살 노인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80년을 함께 산 아내가 병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지금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당신이야?"
"예... 영감. 저에요"
"당신은 참 불행한 사람이야. 아직 철도 없을 때 얼굴도 모르고 내게 시집을 왔지, 젊었을 때 바람피울 때도 나를 떠나지 않았지, 집에 불이 나서 가진 것 다 잃었을 때도 나와 함께 있었지, 큰 병이 나 병원에 입원했을때도 끝까지 내 곁에 있었지. 당신은... 참 지지리도 운도 없는 사람이야.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평생 고생만 하다니..."
할아버지의 말이 참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80년을 살아준 아내의 사랑과 헌신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까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하면 80년 동안 지켜온 자존심이 무너져버릴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마음이야 고마움으로 가득하겠지만, 말로 표현하는데는 너무나 '서툰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좋아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야. 당신은 아직 철도 없을 때 얼굴도 모르고 내게 시집을 왔지, 젊었을 때 바람피울 때도 나를 떠나지 않았지, 집에 불이 나서 가진 것 다 잃었을 때도 나와 함께 있었지, 큰 병이 나 병원에 입원했을때도 끝까지 내 곁에 있었지. 당신같은 사람을 만난 나는 참 행운아야.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평생 고생만 한 당신에게 미안하고 고마워." ⓒ최용우
□ 썩은 기둥골 두고 서까래 갈아댄다고 새집 되랴
하긴, 서까래만 갈아도 집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만 말끔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집이 튼튼해질 것이다. 볏짚으로 지붕을 엮었던 시절에야 틈을 따라 쉽게 스며든 빗물에 서까래가 썩는 일은 흔한 일이었을 터, 썩은 서까래로는 집을 제대로 지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서까래를 간다 하여도 기둥이 썩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까래를 새것으로 바꾼다 하여도 썩은 기둥이 무너지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먼저 살필 것은 근본이다. 낡은 근본을 두고 겉을 고치는 것은 말 그대로 겉치레일 뿐이다. 말로는 그럴 듯이 서겠지만 썩은 기둥을 두고서 겉치레만으로 설 수 있는 집은 세상에 없다.
서까래가 밖으로 삐져나와 오가는 사람들 눈에 띈다 하여서 서까래만 그럴 듯이 갈아치운다 하면, 썩은 기둥을 그냥 둔다 하면 집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집은 중심을 바꿔야 비로소 든든한 새 집이 된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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