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논부터 물 댄다
지금쯤이면 논의 벼가 땅내를 잘 맡아 검푸르게 섰을까? 고인 물로 하늘이 담기던 논에 벼가 심기면 한동안은 듬성듬성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그것도 잠깐 이내 벼가 땅내를 맡고나면 논은 한순간 녹색의 융단으로 변한다. 막 튜브에서 물감을 짜내 물도 섞지 않은 채 뭉뚝 뭉뚝 맨 물감을 찍어 바른 듯 투명하도록 환한 녹색의 빛깔로 변한다. 질척이는 둑으로 둘린 논엔 빈틈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견고한 빛깔이 들어차지만 그래도 바람이 불면 그 어떤 것보다도 약하게 흔들릴 줄 안다.
논농사의 생명은 물, 농사꾼은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된다. 모를 심을 때 물이 없으면 잠을 물리고 손톱이 다 닳도록 물을 찾는 게 농사꾼이다. 다른 건 다 양보해도 논물 양보하는 농사꾼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 논부터 물 대는 것은 지당한 일이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내 논이 가장 높은 곳에 있다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먼저 남의 논에 물을 대야 한다. 남의 논을 지나야 내 논에 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살이의 이치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남의 논에 물을 대야 내 논에 물을 대는 길이 열릴 터! ⓒ한희철 목사

□ 아이고 추워라....
올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냥 쭈옥 '寒'만 계속 되네요. 사람들은 점점 '편함'을 쫓아갑니다. 옛날에는 마당에 나무 짐 쌓아 놓고 처마 밑에 장작 쪼개 쌓아 놓으면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든든했습니다.
그러다 나무가 사라지고 '연탄'을 때게 되었고, 연탄이 사라지고 기름을 때게 되었고, 지금은 기름과 도시가스를 통해 난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시골집을 지을 때도 아궁이를 만들지 않습니다. 집을 지을 때 아예 보일러 시설을 해서 '기름'만 때게 만들어버립니다.
시골에 갔더니 어머님의 불만이 대단합니다. 나중에 집 지을 때 아궁이를 꼭 다시 만들어 달라 하십니다. 옛날에는 겨울에 '돈' 없어도 여기저기 나무 해다 때며 뜨끈뜨끈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오직 '돈'으로 기름을 사서 넣어야 되는데, 기름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보일러를 안 켜고 대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난다고 하셨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굴만 밖에 쏙 내놓으면 안은 따뜻한데 밖으로 나온 얼굴에는 고드름이 달린다나 뭐라나...^^
그래서 기름 값 아끼기 위해 마을 회관을 개조해 겨울에는 동네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마을회관에 모여서 사는 곳도 있답니다. ⓒ최용우
□ 학교종이 땡땡땡
제가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배운 동요는 '학교종이 땡땡땡' 입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학교종이 땡땡땡 치면 그것은 공부를 시작한다는 뜻이니 얼른 달려가야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러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형, 누나들은 이렇게 부르더군요.
'학교종이 깨졌다 어서 가보자 선생님이 깨진종 엿사먹는다.'
아마도 형, 누나들은 학교종이 땡땡땡 쳐도 선생님이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학교종이 땡땡땡 치면 얼른 달려가 오히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다 모여 있으면 선생님이 나타납니다.
옛날에는 교회에서도 땡땡땡땡 종을 쳤습니다. 그러면 부지런히 교회로 달려갔지요. 그러면 종 치기 훨씬 이전부터 강대상 앞에 엎드려 기도를 하고 계시는 목사님의 끄떡끄떡 하는 뒷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에서도 종소리가 들리지 않고, 목사님의 그런 뒷모습을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자들을 길러 내는 '선생님' '목사님'이 그냥 먹고살기 위한 직업인 '선생직' '목사직'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자는 스승을 찾아가고, 스승은 제자를 기다립니다. 옛날 서당에서는 언제나 훈장님이 먼저 기다리고 계셨고, 왕이 들어와 자리에 앉아야 신하들이 들어왔습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고수들은 항상 하수들을 먼저 기다립니다.
아마도 우리 가운데 마귀가 살그머니 뿌려놓은 '권위의식'이 먼저 기다리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하필이면 '권위'와 가장 멀어야 할 '선생님, 목사님' 세계에 뿌려졌을까요잉. 그 개도 안 물어갈 권위의식!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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