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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

권영구 2010. 4. 20. 13:48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 교장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

[2010.04.14 17:39] 국민일보        


“빨리 걷지말고 천천히 풍광 감상하며 한 걸음…”

“신기하게도 몸이 아픈 데가 없네요. 배운대로 스틱을 사용하고 보폭과 속도를 줄여 걸으니 힘든 줄 모르겠네요. 트레킹 교육의 힘을 모든 국민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104기 이상규)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 산에서 잘 미끄러졌습니다. 스틱 사용법을 익히고 나니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행자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산행할 수 있어 신이 납니다. 야홋!”(105기 이종명)

한국트레킹학교 수료생들이 홈페이지에 남긴 후기들이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트레킹 교육의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강사의 열정과 교육 프로그램에 찬사를 보냈다. 단 하루 교육으로 이들을 열광하게 만든 한국트레킹학교의 교육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8일 배낭을 짊어진 106기 교육생 30여명이 서울 사당동에서 한국트레킹학교 버스에 탑승했다. 운동화를 신은 교육생 한 명이 입교를 거부당했다. 젊은 강사가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교육생의 담배와 신문을 압수했다. 버스 출발 직전에 허겁지겁 달려온 부부는 배낭이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흡연과 음주를 하다 적발되면 현장에서 바로 퇴교 조치합니다. 사담이나 잡담을 금지합니다. 의자를 뒤로 젖혀도 안되고 잠을 자도 안됩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수료생들로부터 ‘사부님’으로 통하는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52) 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군대보다 엄격한 규율과 훈시에 교육생들은 더욱 주눅이 들었다. 버스에 붙여놓은 교훈 ‘배우는 산, 느끼는 산’이 태산보다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30년을 산사나이로 살아온 윤 교장의 별명은 ‘닥터 트레커’. 그는 1999년 이후 백두산을 70번이나 올랐다. 전국의 산과 등산로를 손금 보듯 훤하게 꿰뚫는 그가 문화관광체육부를 설득해 한국트레킹학교를 연 까닭은 잘못된 산행문화를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

“트레킹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여유롭게 산길을 걸으며 자연풍경을 감상하는 산행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산을 빨리 걷는 그릇된 산행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바르게 걷는 법을 배우지 않고 빨리 걸으면 무릎에 무리가 오는 등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산행인구 2000만명 시대에 제대로 걷는 법을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이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윤 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한국트레킹학교를 열었다. 교육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을 이동하면서 매주 4∼5회 진행된다. 모집인원은 매회 35명 선착순으로 참가비는 전액 무료. 지난해 90회 교육에 2500여명이 수료했고, 올해는 120회 교육에 4300명 수료가 목표.

그는 그동안의 트레킹 경험을 바탕으로 나쁜 자세를 교정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트레킹 CST(Clinic Safety Therapy)’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차량이동 중 실시하는 트레킹 이론을 비롯해 배낭 메는 법, 등산화 끈 묶는 법, 스틱 활용법, 오르막 보행법, 내리막 보행법, 독도법, 응급처치법, 뮤직 테라피 등 모두 9개 과목으로 12시간 동안 쉼없이 진행된다.

충남 공주 계룡산 주차장에 도착한 106기 교육생 30여명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5명의 강사로부터 산행장비 사용법을 교육 받았다. 완전무장한 교육생들이 윤 교장의 마지막 점검을 받고 산을 올랐다. 일렬로 산을 오르게 하는 이유는 강사들이 즉석에서 그릇된 보행법을 교정해주기 위해서다.

계속되는 교육으로 행군하듯 트레킹을 끝낸 교육생들은 하산 길에 의외의 뮤직 테라피를 경험했다. 유격훈련 조교보다 무섭던 윤 교장이 하모니카와 우크렐레(하와이 민속악기)로 노래를 부르며 긴장감을 풀어줬다. 아침부터 얼어붙었던 교육생들이 비로소 동요를 함께 부르며 안도했다. 이들은 돌아오는 버스에서 트레킹 상식 시험을 보는 것으로 하루 트레킹 수업을 마무리했다(한국트레킹학교 02-2272-2744).

올바른 장비 사용법

①스틱=산에서는 알파인 스틱으로 불리는 일자형 스틱을 2개를 사용해야 한다. 스틱은 내리막길에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30% 정도 줄여준다. 오르막길에서는 체력 손실을 막아주고 험로나 빙판길에서는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②배낭=배낭은 수납 기능뿐 아니라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벼운 산행이라도 배낭이 목을 덮는 30리터 이상 크기를 이용해야 한다. 배낭을 등에 밀착시키려면 사이드 스트랩(당김끈)을 뒤로 당긴다. 사이드 스트랩의 버클을 살짝 당기면 멜빵의 끈이 느슨해져 배낭을 쉽게 벗을 수 있다.

③등산화=산길을 걸을 때는 외피가 튼튼하고 바닥창의 마찰력이 좋은 목이 긴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발목이 짧은 운동화는 발목 관절을 보호하지 못하므로 삼가야 한다. 등산화 끈은 풀리지 않도록 고리를 만들어 두 번 맨다.

의류=트레킹 의류는 활동하기 편하고 보온성이 좋아야 한다. 면 소재 속옷과 청바지는 땀을 신속하게 배출하지 못하고 잘 마르지 않으므로 피해야 한다. 방수 방풍 기능이 있는 여벌의 재킷을 준비하고 보온옷과 겉옷을 적절히 입고 벗으며 체온을 조절한다.

공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