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철들자 망령

권영구 2010. 2. 23. 10:43

□ 철들자 망령

 

가장 짧고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서 픽 웃고 말기 십상이지만, 실은 가장 두려운 옛 말이 있다면 내겐 '철들자 망령'이다.
철모르고 철없이 철부지의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하늘의 은총으로 철이 들긴 했는데, 철이 들고 보니 철든 삶을 살아갈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면? 그보다 더 비참하고 서글픈 일이 또 무엇이 있을까.
삶이 우리를 가르치는 방법 중에는 때늦은 후회라는 방법이 있어 많은 경우 많은 이들이 철들자 망령의 삶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철도 들지 못한 채 철이 들지도 못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은 더욱 커진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은 아니다.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할지 몰라도 삶은 그렇지 않다. 지금 철든 삶을 살지 못하면 내게 남은 것은 망령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인지.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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