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구두쇠의 비밀

권영구 2008. 2. 5. 09:08

 □ 구두쇠의 비밀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일에 엽전 한 닢 내놓을 줄 모르는 부자 유대인이 살았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들 그냥 ‘구두쇠’라고 불렀다.
자기 집 문간에 걸인이 오면 ‘구두쇠’는 문밖으로 얼굴만 내놓고 이렇게 물었다. “자네, 어디서 왔나?”
“이 마을에 사는데요.”
그러면 문을 꽝 닫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이 마을에 살면서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단 말인가?”
같은 마을에 가난한 구두장이가 살았다. 그런데 그는 어려운 사람이 찾아가면 반드시 도와주었다.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사람이 없었다.
구두쇠가 죽었다. 촌장은 그를 마을 공동묘지 한 구석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에 묻기로 했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고, 장례 행렬에 따라오지도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구두장이에 대한 수상한 소문이 마을에 떠돌기 시작했다.
“그 사람 이제는 거지들한테 돈을 안준대.”
“자선단체에서 찾아가도 그냥 돌려보낸다더군.”
랍비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바뀌었느냐고, 누가 물어보았소?”
한 사람이 대답했다. “내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더 이상 내어줄 돈이 없다더군요.”  랍비가 곧 구두장이를 불렀다. “어째서 가난한 이들 돕기를 중단하였소?”
구두장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실은 여러 해 전에‘구두쇠’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사람이 오더니 많은 돈을 주면서 그것을 가난한 이들과 자선단체에 전해달라고 부탁했습지요. 그러면서, 자기가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겠다고 했지요. 그 뒤로 매달 은밀하게 와서 돈을 주고 갔어요. 덕분에 저는 엽전 한 닢 쓰지 않고 인심 좋은 사람으로 행세했던 겁니다. 왜 사람들은 나에게 그 많은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났는지를 묻지 않을까, 사실은 그게 늘 궁금했어요. 생각해보세요. 가난한 구두장이가 어떻게 여러 해 동안 그 많은 돈을 내어놓을 수 있었겠습니까?”
랍비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두쇠 그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자기의 자선행위를 숨겼던 것이오.”
모두들 구두쇠 무덤에 가서 기도드렸다. 랍비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죽거든 구두쇠 무덤 가까이 공동묘지 울타리 아래에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기도: 구두쇠에게, 자기 행위가 보상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살 수 없었겠지요. 주님의 일을 한다면서 제 행실에 대한 사람들의 칭찬이나 보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곁눈질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아아, 주님. 길지도 않은 인생을 그렇게 치사한 모습으로 허송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저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말고는
다른 아무 속셈도 품지 않고 살게 해주세요.
주님이 그렇게 사셨듯이 저도 그렇게만 살고 싶습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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