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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과 네 딸
나라를 지혜롭게 잘 다스리는 왕이 있었다. 온 백성이 그를 좋아했다. 하루는 네 딸을 불러, 어디 먼 곳을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다. “하느님에 대하여 배우고 싶구나. 한 동안 기도로 세월을 보내야겠다. 내가 없는 동안 너희에게 나라를 맡길 참이다.” 네 딸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가지 마십시오. 아버님 없이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왕이 웃으며, “내가 없어도 너희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너희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겠다. 이 선물이 너희에게, 나라 다스리는 게 어떤 것인지를 배워 아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 왕은 네 딸의 손바닥에 밀알 하나씩 놓아주고 길을 떠났다.
맏딸은 곧장 자기 방으로 가서 금빛 비단실로 밀알을 감싼 다음 그것을 아름다운 유리 상자에 담아놓았다. 날마다 그녀는 상자를 집어 들고 안에 담긴 밀알을 바라보았다. 둘째 딸도 자기 방으로 가서는 밀알을 나무 상자에 담아 가장 안전한 장소인 침대 밑에 감추어놓았다.
셋째 딸은 매우 현실적이고 영민하여 밀알을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그것이 여느 밀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간단하게 내어버렸다.
막내딸도 밀알을 가지고 자기 방으로 갔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밀알에 담긴 뜻을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주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계속 생각했다. 이윽고 한 해가 되었을 때, 그녀는 아버지의 선물에 담긴 뜻을 알게 되었다.
수년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 네 딸이 아버지 대신 나라를 다스렸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아버지가 돌아왔다. 얼굴은 수염으로 뒤덮였고 기도생활로 밝아진 눈이 빛을 내었다. 왕은 네 딸의 인사를 받고, 자기가 준 선물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 달라고 했다.
맏딸이 자기 방으로 달려가 유리 상자를 가져왔다. “아버님, 저는 금빛 비단실로 밀알을 감싸서 유리 상자에 담아두고 날마다 바라보며 살았어요.”
왕이 유리 상자를 받아들고 말했다. “고맙다.”
둘째 딸은 나무 상자에서 밀알을 꺼내 보였다. “저도 상자에 담아 안전한 곳에 보관했어요. 여기 있습니다.”
왕이 상자를 받으며 말했다. “고맙다.”
셋째 딸은 부엌으로 달려가 항아리에서 밀알 하나를 꺼내어 가지고 왔다. “아버님, 여기 밀알이 있어요.”
왕이 웃으며 밀알을 받아들고 말했다. “고맙다.”
막내딸이 아버지 앞에 나와 서서 말하기를, “아버님이 주신 밀알은 지금 여기에 없습니다.”
“여기 없다고? 그것을 어쨌느냐?”
“아버님, 저는 일년 세월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저에게 주신 선물에 담긴 뜻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밭에 심었지요. 그것은 곧 자라서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열매들을 이듬해 다시 밭에 심었어요. 여태까지 그 일을 계속해왔습니다. 이제 그 결실을 보여드리겠어요.”
왕은 막내딸이 인도하는 곳으로 가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밀밭이 거기 펼쳐져 있었다. 그만하면 온 나라 백성이 먹고도 남을 만했다.
왕이 머리에서 왕관을 벗어 막내딸에게 씌워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나라 다스리는 게 어떤 건지를 알아냈구나. 고맙다.”
기도: 주님, 저에게 왜 몸을 주셨습니까? 왜 저에게 시간을 주셨고 가족과 친구들과, 저를 싫어하는 이들을 주셨습니까?
저에게 주신 이 몸에 담아놓으신 당신의 뜻이 무엇입니까?
저에게 주신 시간으로 제가 무얼 하기를 바라십니까?
저에게 주신 가족과 친구들에게 또는 저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사랑하라고요? 오직 사랑하는 것 말고는 저에게 주신 이 몸으로 다른 할 일이 없다고요? 사랑 아닌 다른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게 다 헛일이라고요? 아멘! 알겠습니다. 이야기 속의 막내딸은 일년 만에 그것을 알았는데, 저는 환갑 진갑 다 지나고야 겨우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그게 어딥니까? 이제부터는 저에게 주신 몸을 포함하여 제가 만나는 모든 사물과 사건들을, 오직 사랑의 기회로, 사랑의 도구로 삼아서 몸과 마음과 정성을 모아 닥치는 대로 사랑하면서 살겠습니다.
주님, 담대함과 지혜로 그럴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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