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비단 두루마리를 입은 사람

권영구 2007. 10. 29. 08:26

장미히메-ⓒ최용우

비단 두루마리를 입은 사람

‘양의 탈을 썼지만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에는 음흉한 생각을 숨기고 있는 사람을 말하지요. 낚시 바늘을 보면 미끼 뒤편에 되꼬부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이른바 미늘인데 바로 그 미늘 때문에 고기는 걸려듭니다. 미늘이 있기 때문에 물고기는 걸려든 바늘로부터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됩니다. 겉으론 웃지만 뒤편에 미늘을 숨긴 채 다가오는 사람이야말로 ‘양의 탈을 썼지만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우리 속담 중에 ‘속 검은 사람일수록 비단 두루마기를 입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검은 속과 화려한 비단옷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속이 검으면 검을수록 그것을 가리려는 화려함은 더욱 화려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단옷을 입었다고 덕 있는 사람이라 당연히 생각해서도 안 되고, 허름한 옷 입었다고 당연한 듯 무시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비단 두루마기를 입었다고 무조건 검은 속을 의심할 건 아니겠으나, 비단 옷 입고 비단 같은 말을 한다 하여서 무조건 믿을 일 또한 아닌 것이지요.
비단옷을 입어 다른 이의 마음을 어지럽히느니 차라리 무명옷을 입고 무명옷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그리운 세상이지만, 무엇보다 비단옷의 화려함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바로 그런 혼동 속에 우리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2007.5.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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