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농사를 지으려면

권영구 2006. 10. 25. 15:37

 □ 농사를 지으려면

영웅이 할머니가 집 앞 넓은 밭에 풀을 다 뽑고 골을 내고 겨울 쪽마늘을 놓습니다. 마늘은 추운 겨울을 땅속에서 나야 제대로 독한맛이 납니다. 언젠가 멕시코에 갔더니 마늘 한 통이 사과만 하였습니다.
"머시 이렇게 크다냐... 아그들 대갈통만 하네" 하면서 일부러 하나 사 와 까먹어보았습니다. 그냥 물기 없는 무를 먹는 것 같았습니다. 항상 더운 지방에서 자랐으니 독한맛이 들었을 리가 없지요.
들깨가 심겨져 있던 밭에 들깨를 배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새 풀이 자라서 영웅이 할머니가 호미로 파냅니다. 풀을 잡고 잡아당기면 풀은 흙을 한웅쿰 붙잡고 따라 올라옵니다. 그러면 호미로 뿌리를 탈탈 털어내지요. 안 뽑히려 흙을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 풀이나, 그걸 기어코 뽑아내어 털어버리는 할머니나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저나 모두에게 풀뽑기는 힘든 시간입니다.
사정없이 뽑혀 밭둑에 버려진 풀들은 햇볕이 나면 어쩔 수 없이 말라 죽습니다. 뽑혀서 거꾸로 밭둑에 쌓여있는 불쌍한 풀들을 보니 앞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흔들립니다. 풀 하나 모질게 뽑지 못할 것 같은 연약한 마음으로 무슨 농사를 짓는다고... 2006.10.22 ⓒ최용우

'햇볕같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속에 들면  (0) 2006.10.27
학생이 몰려드는 학교  (0) 2006.10.27
생각을 바꾸니  (0) 2006.10.24
깨달음이란?  (0) 2006.10.23
행복의 눈물  (0) 200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