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간식으로나 즐기던 라면이 예전에는 참 귀한
음식이었다. 20여 년 전 자장라면이 처음 나올 땐 더욱
그랬다. 자장면도 특별한 날이면 먹곤 했다. 그
당시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큰형은 주말이면 집에
왔는데, 그 때마다 동생들 간식거리를 꼭 사 오곤
했다. 어느 가을쯤엔가... 형이 말로만 듣던
그 귀한 자장라면을 사 왔다. 막내였던 난
너무 좋아 뛸 듯이 기뻐했다.
어머니께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자장라면을 끓이셨다. (그 땐 가스렌지도
석유곤로도 없었다) 그날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시간이 지나 어머니께서 자장라면을
상에 차려서 방으로 가져오셨다. 그리고 한참동안
자장라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릇 가득 까만 국물에 굵은 면발이 둥둥 떠
있었다. 난 원래 자장라면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큰형은 어머니에게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느냐고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때까지 영문도 모르는 난 국물
가득한 자장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싱겁긴 했다. 작은형이랑 누나가 자장라면 봉지에 써
있는 조리법을 보고 어머니께 설명을
해주자 어머니는 그제야 잘못 끓였다는 걸
아셨고 큰형에게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하긴 큰형도 부모님하고 동생들
주려고 용돈 아껴서 큰 맘 먹고 사온 건데
그렇게 돼서 속상했을 것이다.
그 날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물자장면을 배 터지게, 원 없이
먹었다. 그날이후로 아버지는 자주
자장라면을 어머니께 사다 주셨고 어머니는
조리법대로 아주 잘 끓이셨다. 너무
맛있게...
지금은 아직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손자를
위해 자장라면을 자주 해주시는 어머니가 이제는
많이 늙으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 서 문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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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장면이면
어떻고 그냥 라면이면 또 어떻습니까?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면 어떤 것이든 기막히게 맛있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효도입니다.
-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은 모두 꿀맛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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