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모음

추 정

권영구 2005. 10. 8. 09:25

      추정(秋情) 詩/풍낙산(郭大根) 오늘은 종일토록 그대 이름을 부른 것 같다 왠지 씁쓸한 가을을 주워담아 보지만 늘 흘려보내야만 하는 약속처럼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이름 모르는 사람 같이 속마음이 훤히 보인다 아직은 남아있어야 하는 그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설움이 많지만 이제야 빈자리를 알았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슬픔이 어쩌면 나에 행복처럼 느껴진다 한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습지를 찾아 방황하며 질펀한 눈물을 땅밑 속에 흐르게 하더니 이내 초췌해진 모습은 군데군데 흘린 그대의 마른 눈물자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벌써 방황하며 낡아빠진 지게 위에 한 아름 그대 정을 담아 산길을 내려올 때 긴 소매 옷에는 풀물이 베어 씻기지 않는 그리움이 저녁노을보다 더 짙게 물이 들어 있다


    (그리움은 파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