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일상스토리]내 삶의 소중한 것들

권영구 2025. 2. 7. 11:11

여러분은 살면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살아온 저로서는 시기나 환경에 따라 소중했던 것들이 조금씩 달라져 왔습니다.

 

장난꾸러기 꼬마 시절엔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장난감 로봇이 가장 소중했습니다. 하루종일 안고 다니며

친구들이 한 번만 만져보자고 졸라대도 절대! 넘겨준 적이 없는 저의 최애 장난감이었습니다.

 

사춘기 학창 시절엔 운동을 잘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운동을 시작한 저는 혼돈의 중학교 시절을 이겨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조금씩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좋은 대학에 스카우트 되어 폼나는 조건으로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시절엔 고등학교 선수시절과 반대로 암흑 같은 시기를 보냈어요. 대학교 문화가 너무 신기했던 저는 술, 담배, 게임 등 운동선수에겐 가장 치명적인 것들과 가까워졌습니다. 실력은 점점 엉망이 되어버렸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2학년 겨울방학 무렵,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운동에 전념해보려고 했지만 뜬금없는 부상에 흔들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술이나 담배, 미흡한 자기 관리 같은 것들이 부상을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엔 자존감이 소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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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학창 시절부터 돈이나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 잘난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곤 했습니다. 운동으로 프로에 가고 멋지게 성공하고 싶었지만 괴리가 느껴지는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은 방편이었던 것 같아요. 멋지게 프로에 진출하여 성공하는 친구들과 선배들을 보며 겉으론 웃고, 속으론 울며 가슴앓이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아직도 돈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면 정답은 "아니"입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따로 있습니다. 우리 가장에 든든한 버팀목이던 아버지가 뇌출혈이라는 병에 부딪혀 쓰러지고 마셨거든요. 그날 이후, 제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소식을 들은 저는 한순간에 가장이 되어야 했고, 막상 아버지가 하셨던 일을 제가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너무나도 크고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부유하지 못했던 가정환경을 탓하며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많았습니다.

추레한 행색을 하고 다니시며 자신의 고생을 인정받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가 참으로 미웠습니다. 소녀같이 여린 마음을 가진 아버지가 더욱 강해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막상 아버지 역할을 하고 보니 너무 외롭고 쓸쓸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의 무게가 실로 대단한 것이라 느껴졌습니다.

 

신문을 보며 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꼼꼼히 모아 놓으셨던 나의 아버지,

아들이 운동선수로 성공하도록 몇백 킬로를 달려 시합장에 응원 오시던 나의 아버지,

한참 어린 코치들에게 아들을 맡기려 자존심 다 내려놓고 궂은 심부름 해내시던 나의 아버지,

아들이 거절할까 노심초사 술 한잔 제대로 권하지 못하고 혼자서 슬픈 하루를 꾹꾹 삼켜내며 안주 하나 없이 깡소주를 드시던 나의 아버지.

 

그렇게 미웠던 아버지가 이제는 왜 이렇게 안타깝고 애석할까요. 조금만 더 마음이 넓었다면 아버지가 덜 외로웠을 텐데 하나뿐인 아들을 많이 의지하던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모질게 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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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병상에 홀로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면 항상 마음 한구석이 애잔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론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얼른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좋겠고,

자신의 몸이 갉아지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를 위해 헌신하며 병간호를 하시는 어머니가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힘든 시절, 힘듦을 반으로 덜어 낼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준 누나와 매형이 조카들과 함께 더욱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진 건 많이 없지만 저의 내면을 바라봐주고 아픔을 덜어내려 고생해 주는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가 저로 인해 조금 더 행복하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하는 날들에 더욱 꽃길이 펼쳐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얀 눈이 많이 쌓인 오늘, 홀로 텅 빈 교실에 앉아 생각에 잠기고 보니 제게 소중한 것들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지혜, 그리고 저를 달래줄 잔잔한 음악 같은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가요?

오늘도 저는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삶을 지탱하려 합니다.

모두들, 안녕히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by.임필통 https://brunch.co.kr/@7a06d75aa2ff471/62
(위 글은 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기부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행복한가 이 외의 공간에 무단 복제 및 도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