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일상스토리...칭찬에 춤춰도 괜찮아

권영구 2022. 12. 5. 10:19

 

 

일상스토리

칭찬에 춤춰도 괜찮아

 

2022.12.01

혼자 살다 보면 많은 걸 생략하게 된다. 부엌에 서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과일을 먹을 때 손으로 집어 먹기도 하고, 어릴 때 본 엄마의 모습도 그랬다. 가족들에게는 예쁜 포크에 과일을 꽂아 주고 왜 당신은 껍질을 깎던 과도로 과일을 찍어 먹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스스로를 위한 일은 그저 편하기만 하면 되니까. 스스로에게까지 격식을 차리는 게 도리어 일이 되기도 하니까. 혼자 살다 보니 그때의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 사과 하나를 먹어도 예쁜 접시에 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길 바라듯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사랑하길 바라듯이.

나를 의심할수록 성장한다고 믿는 날이 길었다. 그 의심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미워하지는 않으련다. 다만 이제는 덜 성장해도 좋으니, 스스로 칭찬하고 스스로 대접하는 훈련을 늦게나마 시작해야지.

나이 들수록 누군가의 칭찬보다 내 스스로의 격려가 필요한 때가 많아지니까. 그리고 언젠가, 그 누군가마저 없어질 날도 올 테니까.

사과를 깎아 세라믹 접시 위에 올려 나에게 대접한다. 가을 햇살 덕분인지 접시 위에 놓인 사과 하나가 근사한 요리같다.

-오지윤 산문집 <작고 기특한 불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