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뉴스레터 175] 나는 내 성적으로 살기로 했다...작가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

권영구 2020. 10. 16. 10:28

 

 

 

 

에세이는 글보다 사람이다. 독자들이 에세이에서 원하는 사람은 딱 두 종류다. 친근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거나. 친근한 사람이라고 해서 꼭 서로 아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 연예인 같은 유명인이나 성공한 사람, SNS로 자주 보았던 인플루언서 등은 모두 우리에게 친근하다. 이때 그들의 에세이는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유명인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나처럼 평범한 일반인일 경우 그 사람의 사생활을 누가 궁금해하겠는가. 평범한 우리에겐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자극적인 스토리나 흥미진진한 사건도 없다.

 

에세이 독자로서 생각해 보자면,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렸다. 나와 참 비슷한 사람이라서 그의 글에 공감하거나 위로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에세이로서의 가치가 생겼다. 그런데 이때의 공감은 일반적인 공감과 다르다. 보통 사람들과의 대화나 인터넷 카페에서의 대화 등으로 얻을 수 있는 흔하디흔한 공감이라면 굳이 귀찮게 책을 읽어서 얻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에세이의 매력은 비밀스럽거나 부끄러운 공감을 얻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차마 누구도 드러내지 못했던 부끄러운 부분을 용감하게 드러내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을 때, 그 에세이의 가치는 판매지수 따위로 따질 수 없는 곳에 있지 않을까.

 

내가 다른 작가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낄 때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에세이를 보았을 때가 아니다.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솔직함에 당황하며, 이렇게까지 벌거벗어서 바닥까지 보여주다니 참 대단하다 싶은 에세이를 보았을 때다. 이때 대단하다에서 그치는 경우(나와는 좀 다른 유형의 사람이거나 내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거나 하는 경우)가 있고, 그 벌거벗은 모습에 깊이 공감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단한 벌거벗음에 깊이 공감할 때 나는 그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에세이는 벗으면 벗을수록 좋았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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