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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 유럽차 '빅4' 셧다운… 실물경제가 쓰러진다

권영구 2020. 3. 18. 10:46

유럽차 '빅4' 셧다운… 실물경제가 쓰러진다

             
  • 입력 2020.03.18 03:00

[코로나 경제위기]
"中 이미 500만명 실직… 美 이대로면 350만 일자리 사라질 것"

작년 2200만대 생산… 코로나發 글로벌 제조업 타격 본격화
美 항공사도 줄도산 위기… 트럼프, 경기침체 가능성 첫 언급

공급붕괴·수요감소→기업파산→대규모 실업 악순환 우려
부품 공급망 무너져 중국 자동차공장도 가동률 30%에 그쳐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실물경제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부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유럽 자동차 '빅4'인 폴크스바겐,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르노, PSA(푸조·시트로앵)가 한꺼번에 유럽 내 거의 모든 공장의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 독일 폴크스바겐은 이날 "코로나 사태로 오는 23일부터 2~3주간 독일을 포함해 유럽 내 거의 모든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르노는 프랑스에 있는 12개 모든 공장 가동을 17일부터 무기한 중단키로 했다. PSA는 유럽의 15개 전 공장, FCA는 유럽 내 생산 시설 대부분인 8개 공장을 16일부터 27일까지 2주 동안 멈춘다. 이 회사들은 공장 중단 이유에 대해 "부품 조달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수요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유럽 자동차 빅4는 작년에 총 2200만대를 생산했으며 직원 수는 87만명에 달한다. 자동차 산업은 유럽 제조업 가운데 최대 인원인 1400만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PSA와 르노가 속한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 "프랑스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 투입이나 국가의 지분 인수,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는 "올해 EU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보다 2.5%포인트 떨어진 마이너스 1%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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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유럽자동차 공장 - 16일(현지 시각) 영국 엘즈미어의 복스홀(Vauxhall) 공장 자동차 적재 트레일러에 출하되지 못한 신차들이 쌓여 있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PSA(푸조·시트로앵)는 이날 “코로나 사태에 따른 여파로 그룹 내 보유 브랜드인 푸조, 시트로앵, 복스홀, 오펠 등 유럽 내의 15개 모든 공장 가동을 27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자동차 공장까지 멈췄다는 것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코로나 사태 후 멈췄던 중국 자동차 공장들은 지난달 중순 재가동됐지만, 가동률이 당초 목표 80%에 훨씬 못 미치는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복귀가 늦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급망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 공급망과 수요가 동시에 끊긴다면 중국의 생산 차질도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중국의 올해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보다 13.5% 하락하며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바로미터인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졌다. 국제 유가는 16일(현지 시각) 코로나 사태 확산과 산유국 간 가격 전쟁 여파에 따른 수요 급감 우려로 또 10% 가까이 추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9.6%(3.03달러) 내린 2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WTI 전망을 기존 배럴당 42.7달러에서 29달러로 낮춰 잡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이미 침체(recession)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망 붕괴와 수요 감소→기업 파산→구조조정→일자리 상실→수요 감소'의 악순환이 일어날 경우 글로벌 소비 감소는 일시적 현상에서 장기·구조적 문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350만개 일자리 사라질 수도"

소비가 급감하면서 실업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항공산업이 대표적이다. 노르웨이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 셔틀은 런던 발착을 제외한 유럽편 전체를 4월 말까지 운휴하기로 했다. 직원의 50% 일시 해고도 결정했다. 영국 항공사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최근 직원들에게 "더 이상 현재 고용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사들도 심각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항공사들이 정부에 500억달러의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9·11 테러 이후 받았던 항공업계 구제 금융의 세 배가 넘는다. WSJ는 "주요 항공사들은 정부 도움이 없으면 5월 안에 파산할 수 있다고 정부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유럽 자동차 빅4 공장 가동 중단 정리 표

대규모 감원도 잇따를 전망이다. 케빈 해싯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6일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3월에만 미국에서 최대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CNBC는 16일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에서 최대 35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건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이었다. 당시 80만 개가 줄었다.

중국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 CNBC는 16일 "코로나 여파로 중국에서 500만 명의 실업자가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도시 실업률이 6.2%였는데, 전월 실업률(5.3%) 대비 증가 폭으로 환산했을 때 적어도 467만 명이 실직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왕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 도시에서 900만 명이 올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취임 후 처음 "불황" 언급

지난 15일 연준이 제로 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라는 파격 조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기록적으로 폭락하자, 주요 정책 당국자들도 사태 장기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recession)'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8월까지 갈 수 있다"며 "미국이 아마도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여름까지 지속된다면 1·2분기뿐 아니라 3분기까지 역성장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2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 게리 콘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선진국에서 경제가 둔화되고 금융 시장이 무너지고 이런 충격이 다시 개발도상국으로 전이되는 동시 다발적인 경기 침체를 목격하고 있다"며 "단언컨대 글로벌 불황은 이미 시작 되었다"고 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6일 경제 전망을 크게 낮췄다. 미국 실질 경제성장률이 올해 1~3월 제로로, 4~6월 마이너스 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었다. 올해 후반에는 약간의 회복을 전망했지만, 경기 침체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러스 문제가 7~8월까지 길어질 것 같다는 전망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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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8/20200318000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