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곡의 상소 -
'절약과 검소함을 높은 가치로 여기고 사치하는 풍조를 개혁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백성이 가난해지고 재물이 바닥난 것이 오늘날 너무 심하여 공물을 줄여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나라 살림에 필요한 비용'을 선대 임금의 방식을 본받아 줄이지 않으면, 재정 수입을 기준으로 지출 경비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난 그릇에 동그란 뚜껑을 덮는 것처럼 어긋나니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풍속이 사치스러운 것이 오늘날보다 심한 때가 없습니다.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을 가득 차려놓고 뽐내기 위한 것이 되었고, 옷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멋지게 치장하고 서로 경쟁하기 위한 것이 되었습니다. 한 상 차리는 비용으로 굶주린 자가 수개월 먹을 양식을 마련할 수 있고, 옷 한 벌의 비용으로 추위에 떠는 사람 열 명의 옷을 지을 수 있습니다. 열 사람이 농사를 지어도 한 사람을 먹여 살리기 버거운데, 농업에 종사하는 자는 적고 쌀을 소비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열 사람이 베를 짠다고 해도 한 사람을 옷 입히기에 부족한데 베를 짜는 사람은 적고 옷을 입으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찌 백성이 굶주리고 추위에 떨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옛사람 말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사치라는 해악은 천재지변보다 심합니다."
어찌 이 말을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전하께서 솔선하여 절약하고 검소해지는 데에 힘스셔서 이런 병폐를 해결하지 않으시면 형법이 비록 엄하다고 해도, 명령을 부지런히 내린다고 해도 수고롭기만 할 뿐 나아질 것이 없습니다. 신은 일찍이 한 원로의 말을 듣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성종께서 병으로 침상에 계실 때 대신들이 문안하러 들어가니, 침상에 덮고 계신 다갈색 명주 이불이 곧 해질 것 같은데도 바꾸지 않으셨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자들은 지금까지도 성종 임금을 흠모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제사 지내는 규범과 선례를 조사하도록 명령을 내리시고, 궁중에서 필요한 비용은 일제히 선대 임금들의 검약하는 옛 제도를 따르도록 하십시오. 전하께서 조정 안팎으로 모범을 보이셔서 백성 사이에 만연한 사치스러운 관행을 고치시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진수성찬을 벌이고 화려한 의복을 입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십시오. 이렇게 함으로써 하늘이 내려 주신 재물을 아끼고 백성의 노고를 풀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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