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을 쓰는 방법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나온다. 그는 타임카드 찍듯 하루에 정확하게 20매를 쓴다. 더 쓸 수 있어도 더 이상 쓰지 않고 딱 그만큼만 쓴다. 그래야 규칙성이 생긴다. 그럼 한 달에 600매, 반년이면 3.600매가 되어서 대충 한 권의 소설이 된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고쳐 쓰기에 들어간다. 크게 전체적으로 손을 본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 등장인물 성격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 시간 설정 상 오류 등을 고친다. 어느 부분은 빼고 어떤 부분은 늘리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넣기도 한다. 그리고 일주일쯤 쉬었다 두 번째 고쳐 쓰기에 들어간다. 대수술은 아니고 세세한 부분은 살펴보면서 꼼꼼하게 고친다. 풍경묘사를 세밀하게 넣거나 말투를 고친다. 잘 안 읽히는 부분을 쉽게 풀기도 하고 흐름을 원활하게도 한다. 세세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그다음 세 번째 고쳐 쓰기에 들어간다. 수술이라기보다 수정에 가깝다. 어느 부분의 나사를 단단히 조일지, 어떤 부분의 나사를 헐렁하게 할지를 결정한다. 어느 정도 된 후, 한 차례 긴 휴식을 갖는다. 보름에서 한 달쯤 서랍 속에 넣고 잊어버린다. 장편소설을 쓸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중요하다. 건축현장의 양생 같은 기간이다. 소재를 재워두는 것이다. 다음은 제삼자의 피드백을 받는다. 하루키의 경우, 아내가 그 역할을 한다. 아내의 의견은 음악의 기준 음 같은 것이다. 피드백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트집 잡힌 부분이 있으면 어찌됐건 고친다는 것이다. 고친 다음에 읽어보면 대부분 이전보다 좋아진다. 어떤 문장이든 반드시 개량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퇴고단계에서는 자존심 따위는 내던지고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려고 노력한다. 아무튼 고쳐 쓰는 데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들인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참고하며 고쳐나간다. 조언은 중요하다. 장편소설을 다 쓰고 난 작가는 대부분 흥분 상태로 뇌가 달아올라 반쯤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새로운 방식으로 공부하는 세인트존스라는 미국 대학이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수업의 전부다. 하지만 대단히 효과적이다. 세인트존스는 가르치지 않는 학교다. 교수는 강의하지 않는다. 강의와 수업 대신 100% 토론을 한다. 학생들은 토론하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한다. 튜터들은 학생 하나하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비판하고 충고해준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고민하고, 깨닫고, 본인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낸다. 수업 도구도 심플하다. 직사각형 테이블과 칠판 하나가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의지 부족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 교수 대신 튜터가 있다. 튜터는 개인지도교사, 과외선생 정도로 해석된다. 튜터는 교수가 아니다. 지식 전달이 아니라 어떤 주제나 책에 대해 좀 더 많은 시간 고민해 온 선배로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튜터의 역할은 좋은 토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토론을 독점하는 학생을 견제하고 참여를 안 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방향이 잘못되면 그 방향을 바로 잡는다. 그리고 ‘돈 그래’라는 시간이 있다. 튜터들이 학생들의 장단점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단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물론 학생들에게 변명할 기회를 준다. ‘돈 그래’의 핵심은 다음 학기로 진급에 관한 결정이다. 모든 사람이 찬성해야 진급을 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논쟁해야 하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총장까지 올라간다. 조건부로 진급을 결정하기도 한다.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생각한 다음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토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