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뉴스레터 149] 힘내, 17살 ...옆에 스티브 잡스가 있다고 해도 무조건 따라가면 안 된다

권영구 2020. 1. 28. 12:59


"응애!!"하고 호기롭게 세상에 나왔지만 할머니가 기뻐하니 웃었고, 엄마가 좋아하니 한글을 익혔고, 형에게 맞지 않으려고 눈치껏 행동하고, 선생님께 인정받기 위해 보여주시식의 공부를 했다. '내' 인생인데 정작 '나'는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을 보면서 나의 존재보다는 시험 점수로 등수가 매겨졌고, 똑똑한 아이 똑똑하지 않은 아이로 구분됐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아이로, 궁금한 걸 참지 못해 이유를 묻는 통에 반항하는 아이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나만의 별난 짓, 내가 애써 없애려 하던 습관, 학교에서 놀림받았던 행동은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나만의 장점일 수 있었다. 높은 등수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배웠으니 성적 올리기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그렇게 대학을 위해, 직업을 위해, 부모님의 요구에 의해 공부했고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모두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가슴 따뜻한 팩트폭행과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내신과 수능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생활기록부에 채워야 할 것은 산더미였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나였으니 눈물깨나 흘렸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기말고사 준비로 바빴고 더 좋은 대학을 가면 행복해질 거라 믿으며 막연한 기대감에 빗대 목적 없는 노력을 반복했다. 실제 대학에 갔지만 대학은 스펙 쌓기라는 또 다른 경쟁을 하는 전쟁터였다. 무지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4년 동안 온통 '경쟁'을 했지만 막상 취업할 때 보니 '경쟁력'이 없었다. 늘 다른 사람이 해주는 말대로, 다른 사람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대하는 평균치에 나를 가두며 살았던 탓이다. 내 인생은 그 누구도 아닌 내 것이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다시 대학에 들어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되었다. 당당하게 웃고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일이 천만 배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특이한 헤어스타일, 나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나다운 게 아니라 나를 잘 알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나다운 거다. 옆에 스티브 잡스가 있어도 무조건 따라가면 안 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마라. 진짜 내 모습이 더 중요한 거다. 지금은 서툴러도 된다. 내게는 시도할 자유뿐 아니라 실수할 자유도 있고 그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면 된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우리를 증명할 대학교 이름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거다. 아이큐가 지혜를 측정할 수 없고, 친구의 숫자가 관계의 깊이를 증명할 수 없고, 집의 평수가 가족의 화목함을 보장할 수 없고, 성적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할 수는 없으니 진정한 가치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물고기를 산에 오르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살게 될 거다.

왜 하기 싫을까? 누구나 다 그렇다. 누구나 다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과정을 겪는다. 나도 책을 쓰는 게 너무 힘든데 왜 힘들까 들여다봤더니 재미도 없고 실력도 없는 것도 맞지만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을 정하고 사실대로 그냥 쓰면 되는데 괜히 한 줄이라도 멋지게 쓰고 싶어서 생각만 하니까 결국 미루고 못 쓰게 된다. 그럴 땐 그냥 쓰는 게 답이다. 그리고 고쳐 나가면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에게 무슨 공부가 필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냥 하면 되는데 괜히 결과에 집착해서 걱정만 하거나 열심히 푼 문제를 채점했는데 왕창 틀리면 괴로운 감정만 남게 되니 다시는 공부가 하고 싶지 않은 거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쫓길 때는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으려는 노력에 빠지기 쉬운데, 누군가가 완벽한 공부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빌 게이츠가 대학을 자퇴했다고 해서 나도 자퇴하는 게 정답은 아니듯 상황에 따라 정답은 바뀌고 정답은 오답이 될 수도 있으니 걸러내다 보면 나만의 정답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