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너무 버겁다고 계속 힘들어했습니다. 매출이 예전 같지 않아서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빠듯하다고 했어요.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가 몹시 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이런 말을 보탰습니다. "제가 남편의 힘든 상황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요. 저 또한 직장에서 크고 작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육아에 바쁘다보니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걸핏하면 짜증을 내곤 했지요." 심리학에는 '파트너끼리는 같은 감정으로 괴로워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편이 외로울 때 아내 또한 외롭고, 남편이 자책감으로 괴로워할 때 아내 또한 자책감을 느낀다는 얘기입니다. "두 분은 서로 같은 감정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아내 분은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육아는 정말로 힘드니까요. 잘견뎌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어떤 죄도 없습니다. 남편도 한때는 그런 아내를 위해 협조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도 나쁘고, 아내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자책감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부부 사이에 원치 않는 벽이 생기고 만 것입니다." 그녀는 때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이 내가 말하는 중간중간에 미간을 찌푸리곤 했지만, 그래도 묵묵히 귀를 기울여주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마음에 난 구멍을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니 화가 나는 일이 없는데도 화를 냈던 것입니다. 당신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당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또한 본인이 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기에 괴로워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이 상황이 아내를 더 괴롭게 한다는 것에 몹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눈가가 촉촉이 젖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행동을 후회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거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편도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오래전에 이혼하자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정말 남편이 저를 사랑하고 있을까요?" "남편의 태도를 보면 자책감이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자책감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도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 분의 마음속에 아직도 사랑이 남아 있다고 믿어 보지 않겠습니까?" 그녀는 어깨를 짓누르던 짐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하며 상담실을 나갔습니다. "여러 가지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사실 당신에게 상처를 줘서 계속 미안했어." 남편은 눈물로 사과했다고 합니다. 이 일을 겪는 동안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잘못한 일에 대한 자책이 오히려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도망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그래도 진심으로 용서가 안 된다면 시간을 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두 사람은 화해를 하고 다시 한 번 시작하기로 다짐해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경우는, 부부 사이에는 누가 먼저 이해하고 용서하느냐 하는 자존심의 싸움이 아니라 불화가 일어났을 때, 나 자신에게 문제가 없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사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