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뉴스레터 116]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위선에는 위선으로

권영구 2020. 1. 3. 10:22


- 위선에는 위선으로 -

 
한 학생이 드디어 교사가 되어 초등학교 1학년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교사가 한 첫 번째 행동은 교과목 지침서라고 적혀 있는 예쁜 책을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캘리포니아의 학교에서는 1학년 때 최초 6주간은 슈퍼마켓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럴수가!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닐까? 슈퍼마켓을 가르치라니.” 요즘 아이들은 슈퍼마켓 속에서 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두세 살 때부터 카트를 타고 슈퍼마켓을 누비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모두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여러분, 슈퍼마켓에 대해 공부하는 거 어때요?” 그러자 아이들은 재미없어요.”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 비평가인 마셜 매클루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5천 시간 이상 TV를 시청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 끔찍한 사고, 전쟁과 대량학살 장면도 목격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동화책으로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획기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그럼 좋아요. 어떤 걸 배우고 싶죠?”
그러자 한 아이가 용감하게 대답했다.
우리 아빠가 로켓 공장에 다니시는데, 아빠한테 로켓을 하나 달래서 교실에서 조립을 하고 달나라로 여행을 떠나요.”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외쳤습니다. , 그거 재밌겠다.
그녀는 잠시 생각 후 좋아요. 그럼 아버지께 로켓을 하나만 갖고 와달라고 하세요.”
 
다음 날 아이의 아버지가 로켓 모형을 교실로 가지고 와서 조립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로켓이 무엇인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어떤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세세히 설명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벌써 공부를 다 해버리면 대학교에 가서는 뭘 배우죠?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1학년이면 슈퍼마켓 견학을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상상조차 안 될 만큼 어려운 수학적 개념들을 공부했습니다. 토요일에 로켓 공장으로 견학까지 가서 실제 로켓을 구경했습니다. 로켓안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마침내 장학사가 이 학교에 찾아와 그 교실에 들렀습니다. 교실 한가운데에는 로켓이 있고, 벽에는 듣도 보도 못 한 물건이 걸려 있고, 장학사조차 절반쯤은 뜻을 모르는 단어며 공식들이 적혀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희한한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입이 딱 벌어진 장학사가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슈퍼마켓은 어떻게 된 거죠?”
우리 아이들이 달나라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로켓을 직접 조립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분명히 슈퍼마켓을 배워야 한다고 되어 있을 텐데요?”
이 말을 들은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뭔가 결심한 듯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내년에도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그럼요
좋아요. 그럼 이제부터는 슈퍼마켓을 만들어볼까요?”
선생님, 빨리 만들어요.”
 
이렇게 해서 이 반은 6주에 해당하는 단원을 단 이틀 만에 해치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상자를 쌓아서 슈퍼마켓을 만들고 찰흙으로 바나나를 빚었고, ‘위선에는 위선으로라는 식으로 장학사의 방문이 있을 때마다 계산대 뒤로 가서 찰흙 바나나 사실래요?’라고 소리쳤습니다. 장학사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떠나면, 그들의 달나라 여행은 다시 시작됩니다. 하지만 교육이 이런 식이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벌떡 일어서서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슈퍼마켓 견학을 하지 않겠습니다. 정 원하신다면 당신이 직접 인솔해서 데리고 가시죠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교사가 생겨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본래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