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유치원에 보내도 될까요? -
의사들이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더군요. 영어유치원 5개가 생길 때마다 유아 정신병원 하나가 생긴다더군요. 그동안 영어 공부방과 영어 학원을 운영하면서 4년 동안 학부모 상담을 수백 번 넘게 진행하며, 영유 출신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경험했습니다. 영유 나온 아이 10명 중 2명 정도만 효과가 있습니다. 그중 몇몇 아이는 영어만 잘합니다. 한국어는 다른 평범한 아이들에 비해 구사 능력이 떨어집니다. 한국어가 부족하니 친구나 한국인 어른과의 대화에서 자신감 결여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영어유치원에 다닌 아이들 중에는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영어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언젠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교육 상담을 받은 적이 있어요. 상담을 받는 동안 아이는 엄마 뒤에 숨어 있더군요. 월요일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기로 하고 돌아갔죠. 그런데 수업 첫날 아이가 영어학원 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엄마는 할 수 없이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데리고 갔습니다. 다음 날 아이는 엄마와 단단히 약속하고 온 듯했어요. 하지만 아이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불안이 가득했습니다. “여기서 공부하면 굉장히 재미있어.” 또래 학원 친구 몇몇이 걱정되어 말을 건넸지만, 아이는 수업 내내 엎드려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말로 달래며 수업에 참여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수업이 끝난 뒤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엄마는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어요.
“주위에서 영어유치원을 보내 길래 저도 무리해서 보냈어요. 처음 며칠은 재미있다고 했는데 점점 가기 싫어하는 거에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요. 그래도 제 생각에도 조금 다니면 익숙해지겠지 싶어서 아이를 강제로 밀어 넣었더니 한 달쯤 지나서부터는 울면서 다니는 상태가 됐어요. 그래도 포기가 안 돼 6개월을 그렇게 강제로 다니게 했습니다. 결국 아이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만뒀어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비싼 돈 들여 아이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엄마는 울먹이며 영어유치원에 보냈던 지난날을 후회했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닌다고 모두 이런 현상을 보이지는 않겠죠. 하지만 내 아이가 이런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꼭 알아야 합니다. 제 두 아이는 모두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병설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이 시기는 영어보다 모국어가 더 중요하죠. 일반 유치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경험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영어유치원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받았기 때문에 영어 단어라도 아이에게 쑤셔 넣는 작업을 할 게 뻔합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영어를 듣다 보니 발음은 좋아지겠죠. 거기까지입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일반 유치원에 다니면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보다 영어 단어를 조금 모를 수 있지만, 한국어 책 많이 읽고 모국어와 관련된 경험을 훨씬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제 두 아이 모두 영어유치원 나온 아이보다 영어가 뒤처지다 고학년에 영어 실력이 껑충 뛰어올랐어요. 한국어를 잘해야 영어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세요. 그래야 부모도, 아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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