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경쟁자 제거' 송병기 메모와 일치]
임동호 "靑수석실서 제안"… 논란 커지자 "공식적 제안 아니었다"
'VIP-국립대, 외곽순환로' 메모 발견… 송철호 공약 사전협의 정황
검찰, 총리실 압수수색… '김기현 첩보' 정리한 행정관 자료 확보
작년 6월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2017년 11월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내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공사 사장 자리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청와대 한 수석급 인사가 '공사 사장 자리를 주겠다. 여론조사 결과가 부산은 좀 이기고 울산은 지는데 굳이 나갈 필요가 있냐. 이번에는 송철호를 내고 대신 공사 사장 자리에 갔으면 좋겠다'며 계속해서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그에게 당내 경선 불출마를 조건으로 특정 자리를 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얘기가 잘 안 됐다"고 했다. 이후 그는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민주당은 작년 4월 경선 없이 송철호 후보를 단독 공천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 6일 압수한 송 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 나오는 내용과 일치한다. 2017년 10월 13일자 업무 일지엔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메모가 나온다. 송 시장은 문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그런데 이 날짜 업무 일지 하단엔 임 전 최고위원이 '자리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어진 11월 초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엔 중앙당과 청와대가 임 전 최고위원을 '제거'하고, 송 시장 단독 후보 체제로 정리하려 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적혀 있다. 대통령이 송 시장의 출마를 요구한 직후 청와대가 당내 경쟁자인 임 전 최고위원에게 다른 자리를 주는 식으로 '교통 정리'를 시도했다는 메모 속 내용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청와대의 민주당 울산시장 경선 개입을 뒷받침하는 주요 사례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국무총리실 별관에 있는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사무실에서 압수 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물품을 상자에 담아 나오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은 지난 2017년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첩보를 처음으로 생산한 인물이다.](https://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12/18/2019121803564_0.jpg)
논란이 커지자 임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9시쯤 입장문을 내고 "울산 (시장선거가) 어려운데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청와대·국회 친구들의 의견은 있었다"면서도 "울산시장 출마를 앞두고 경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고, 검찰에서도 '자리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2017년 10월 13일자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 'VIP(대통령) 면담자료-원전해체센터, 국립대, 외곽순환도로'라고 적힌 메모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것을 송 시장 측이 작년 울산시장 선거 전에 청와대와 공약 개발과 관련한 사전 협의를 했다는 단서로 보고 수사 중이다. 국립대 설립과 외곽순환도로 건설은 울산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 두 건과 문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원전해체센터 건립은 현재 울산시가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공약 협의'는 청와대가 송 시장을 지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검찰은 또 같은 날 업무 일지에서 청와대와 송 시장 측이 무소속 강길부 의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강 의원 지역
구의 숙원 사업인 '공공 병원' 설립을 논의한 정황도 발견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국무총리실 별관에 있는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문 전 행정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2017년 10월 송 부시장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아 이른바 '김기현 비위 첩보' 문건을 만든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