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권영구 2013. 2. 4. 10:02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우리의 감정 행동 결정을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힘

소머스 지음  임현경 옮김  출판 | 2013.01.07

 

 

<책소개>

마음 속 은밀한 감정조차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감정, 행동, 결정을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힘『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터프츠대학 심리학 교수인 사회심리학자 샘 소머스가 10년간 다양한 상황들이 인간 본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탐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에 따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저자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를 비롯한 평범한 상황들이 우리의 행동양식은 물론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를 결정한다고 이야기하며,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으로,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자비로운 사람에서 무관심한 사람으로 언제든지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양한 심리 사례들을 통해 사람들이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리고 자신에게도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목 차>

장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위험한 꼬리표 | 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까? | 유명인이 광고하면 구매하게 되는 심리 | 죄 없이 감옥에 갇힌 사람들 | 타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 | 상황의 재발견 |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2장 위급할수록 더 무관심해지는 사람들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하는 단순한 요인 | 군중 속에 있다는 것 | 무관심의 관성 | 리버풀의 ‘평범한’ 38인 |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 | 군중 속 무관심을 방지하려면 |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

3장 누군가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 암묵적인 규범 | 애시의 선 | 대세를 따르다 | 동조 그리고 협조를 이끌어내는 힘 | 권위에 대한 복종 | 순응하지 않으려는 욕구 | ‘더 자기다운’ 행동을 하고 싶다면

4장 합리적 판단을 위한 자기성찰의 조건
자기성찰의 한계 | 설문 조사의 오류들 | “그때그때 달라요” | 무엇과 비교해서? | 때론 내 감정조차 믿을 수 없다 | 문화가 자아에 미치는 영향 |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자기계발서 다시 보기

5장 남녀 차이가 만들어내는 인식의 오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 하버드 총장의 여성비하 발언 | 여성이 수학을 더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 | 공격성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 공간을 조작하는 능력은 남자가 더 높다? | 비디오 게임에 선천적으로 남성적 특성은 없다 | 성별에 따른 서로 다른 사회적 기대 |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6장 그 남자, 그 여자가 사랑에 빠진 진짜 이유
얼굴, 엉덩이, 재치 | 함께 있는 사람을 사랑하다 | 장소의 마법에 빠지다 | 사랑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 |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더 싹튼다 | 연애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 |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사랑 | 사랑의 교훈

7장 누구를 미워할지 결정짓다
편견과 차별의 요인 | 우리 대 그들 | 편 가르기의 부작용 | 우리는 깨닫지 못할 뿐이다 | 사회적 편견은 인간의 보편적 성향 | 당신은 공정하지 않다 | 편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달라진다!”
《워싱턴포스트》 등이 주목한 사회심리학자의 10년 통찰이 빛나는 인간 심리 탐구


우리의 감정, 행동, 결정을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힘
‘그는 이런 성향이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뜻밖의 행동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거나 주변에 친절을 베풀어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가 어느 날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친다……. 우리가 규정해온 누군가의 성격과 성향들이 왜 한순간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걸까?
터프츠대학 심리학 교수인 사회심리학자 샘 소머스(Sam Sommers)는 10년간 다양한 상황들이 인간 본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탐구해왔다. 그는 우리가 인간 본성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 사람은 내성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거야’라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추측해왔지만 이러한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의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 개개인의 성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를 비롯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상황들이 우리의 행동양식은 물론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 생각에 영향을 주고 우리 행동을 이끌며 우리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으로,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자비로운 사람에서 무관심한 사람으로 언제든지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심리학 책들이 마음과 뇌가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고 주장해온 반면《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원제 : Situations Matter, 2011)는 외부 환경에 따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어 그 접근방식이 새롭다 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이 주목한 학자이기도 한 샘 소머스 교수는 다양한 심리 사례들을 통해 사람들이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리고 자신에게도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예컨대 군중 속에 있을 때 사람들은 오답인 줄 알면서도 왜 타인과 동일한 답을 말하는지,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도움의 손길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내 편의 단점은 눈가려주면서 상대편의 단점은 왜 더 큰 문제로 인식하는지 등 개인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된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타인에 의해, 또는 상황과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경제학자인 듀크대학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는 샘 소머스 교수의 이번 신간에 관하여 이렇게 평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어쩌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좌우하는 사회적 영향력일지도 모른다. 샘 소머스는 전문가의 관점으로 그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낱낱이 밝히며 유쾌하고 매력적인 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는 우리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이 풀어야 할 사회적 딜레마를 한 걸음 뒤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지양해야 할 모습과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 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상황이 미치는 엄청난 힘을 이해하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고 집이나 직장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신고하는 이 없는 지하철 사망 사건
샘 소머스 교수는 사람들이 군중 속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라는 책임감 회피를 느끼기 때문에 군중 속에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1999년 미국 전역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뉴욕시 지하철 안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을 예로 든다. 지하철이 브롱크스에서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까지 두 번이나 왕복했던 3시간 동안 아무도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단 한 사람도 죽음을 눈치 챈 사람이 없었을까’ 안타까워하며 이를 인정머리 없는 뉴요커 탓으로 돌렸다.
샘 소머스 교수는 이 사건에 관하여 너무 쉽게 뉴요커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상황을 살펴보자고 권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사건이 발생한 한 시간 후에 만약 당신이 그 전철을 탔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몇몇 증인들에 의하면 술 냄새가 났다는 그 거구의 남자 바로 건너편에 똑바로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면? 당신이라면 과연 그의 어깨를 흔들어보거나 그에게 말을 걸어 그가 괜찮은지 확인해보았을까?’ 샘 소머스 교수는 누구나 지하철에 탄 후 술 취한 사람을 보고 잠깐 멈칫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그에 대한 관심을 거두는 것이 통상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다른 승객들이 당신보다 더 오래 그 전철에 타고 있었으니 주변 상황에 대해 그들이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군중들 사이에 있으면 사람들은 책임감을 분산시킨다. 때문에 응급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것 같은 지하철 승객을 깨우거나 연인들의 사적인 말다툼에 끼어드는 것에는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 경우 그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험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위급 상황에서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그가 선한 사람인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군중의 숫자에 달려 있다. 군중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책임감은 더 분산되어 누구도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게 된다. 군중 틈에서는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응급 상황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에 놓인다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도와주세요.”라고 외치지 말고 특정한 한 사람을 지정해 “저기요, 거기 파란 점퍼 입으신 안경 쓰신 분 저좀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구하라는 것이다.

오답인지 알면서도 왜 따라 말하게 되는 걸까?
정답이 C인 매우 쉬운 문제가 있다. 그런데 참가자 5명 중 4명이 모두 오답인 A라고 말한다. 이제 당신이 답할 차례, 당신은 자신 있게 정답 C를 외칠 수 있을까? 스워스모어 칼리지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Solomon Asch)가 몇 십 년 전에 바로 그 실험을 실시하면서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틀린 답을 말하게 했을 때 실험 참가자 중 75퍼센트가 적어도 한 번은 다수의 의견을 따라 틀린 답을 말했다.
샘 소머스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동조의 힘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흐름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해 우리 중 4분의 3은 집단의 확실한 의견 일치에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오답을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열을 흩트리는 것보다 틀린 답을 말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처럼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을 좌우한 것은 그들이 설득당하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상황이었다. 규범을 위반할 경우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고,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으며, 심하게는 사회에서 소외당할 수도 있다는 상황이 오답에 순응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집단에서 소외당하는 경험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비슷한 뇌의 움직임을 유발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는 피구 도중 아무도 자기한테 공을 던지지 않는 것처럼 사소한 일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규범을 위반하고 그로 인해 사회에서 거부당할 경우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가장 상처를 덜 받는 행동은 바로 집단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즉 동조하는 것이다.

낯선 타인이 우리의 감정까지도 좌우한다
샘 소머스 교수는 자신에 대한 느낌과 감정조차도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스탠리 사흐터(Stanley Schachter)와 제롬 싱어(Jerome Singer)가 실시했던 실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실험에 참가한 184명의 남성들은 소량의 아드레날린이나 식염수를 투여받았다. 아드레날린을 투여받은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을 비교하는 것이 그 실험의 주목적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어떤 약물을 투여 받았는지 몰랐다. 참가자들은 전부 비타민을 투여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실험의 목적은 비타민이 시력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을 투여 받은 실험 참가자들도 자기가 흥분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주사를 맞은 참가자들은 다른 방으로 안내되어 시력 검사를 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에 답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평범한 참가자인 척 앉아있는 실험 요원들 옆에 앉아 설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실험 진행 요원들은 설문에 답하는 척하면서 갑자기 몹시 화를 내며 설문지를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집어던지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식염수를 투여 받았던 참가자들은 대부분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았지만 아드레날린을 투여 받은 참가자들은 함께 분노했다. 그들은 화가 나는 이유도 모르면서 실험 진행 요원의 신호에 맞춰 자기 역시 그 설문지에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약간 변화시킨 두 번째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서류철로 탑을 쌓거나 종이비행기를 접거나 구석에 있던 훌라후프를 돌리며 필요 이상으로 즐거워하는 진행 요원이 함께했다. 그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을 투여 받은 참가자들은 함께 놀이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자기 역시 날아갈 듯 기분이 좋다고 대답했다.
샘 소머스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 개인의 감정조차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노와 기쁨 모두 심장 박동 증가, 동공 확장, 혈당 증가라는 신체적 증상을 동반했고, 이는 아드레날린이 초래하는 신체적 증상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신체적 증상을 경험할 때 우리는 자동적으로 그에 따른 감정을 떠올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 증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수많은 감정 중 지금 이 상황에 어떤 감정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참고한다. ‘저 사람은 화가 많이 나 보이네. 이 설문지가 그렇게 모욕적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나도 화를 내야겠어!’
샘 소머스 교수는 이처럼 자기 삶에 대한 인식, 자기 정체성, 심지어 자신이 느끼는 감정조차도 오로지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영향을 받으며, 심지어는 그 정보에 의지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수학을 못한다?
성별에 따른 차이의 많은 부분 역시 놀랍게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샘 소머스 교수는 이에 관하여 성 역할 차이가 수학에서 얼마나 확연하게 드러나는지 미시간 대학교에서 실험한 사례를 예로 든다.
첫 번째 실험은 단순했다. 남학생 28명과 여학생 28명이 수학 문제를 풀었다. 실험 참가 학생들은 모두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로 SAT 수학 점수가 상위 15%에 해당되는 학생들이었다. 실험 결과 또한 단순했다. 남학생의 평균 점수가 여학생의 평균 점수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연구원들은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들 모두 수학을 즐기고 몹시 잘했던 학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라 수학 능력이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여학생들이 문제 풀이에 걸린 시간은 남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점수는 왜 그렇게 낮은 것일까? 연구원들은 더 다양한 변수를 적용해 또 다른 실험을 실시했다.
두 번째 실험에 참가한 남녀 학생 중 절반은 평범한 상황에서 수학 문제를 풀었고, 나머지 절반은 성별에 따라 수학 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추가적인 설명을 들은 다음 문제를 풀었다. 그 단순한 설명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특별한 설명 없이 수학 문제를 푼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이번에도 성별에 따라 점수 차이가 났다. 남학생의 점수가 여학생의 점수보다 3배 정도 더 높았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성별에 따른 수학 능력 차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남녀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거의 비슷했다.
더욱이 남녀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같이 문제를 풀었을 경우 여학생은 남학생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남학생 없이 여학생끼리만 문제를 풀었을 때에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샘 소머스 교수는 남녀의 수학 능력 차이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점, 기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결론 내린다. 수학 능력 차이는 실험 취지에 대한 사소한 설명 변화나 여학생만 모여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공간에 따라 충분히 감소했거나 심지어 전혀 드러나지 않기도 했다. 여성들의 수학 능력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으면 여성들은 실제로 수학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남성의 뇌가 유전적으로 더 우세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말이든 여성 대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여성들의 수학 능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익숙함이 사랑을 낳는다
샘 소머스 교수는 단순히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을 정기적으로 마주치기만 해도 그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익숙한 것에는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사랑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실시한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인다.
대형 강의실에 실제로는 그 수업을 듣지 않는 여학생 몇 명이 앉아있었다. 첫 번째 여학생은 그 학기에 다섯 번 수업에 참석했고, 두 번째 여학생은 열 번, 세 번째 여학생은 열다섯 번 참석했다. 그 중 누구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거나 수업 도중 100명이 넘는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리고 학기가 끝날 때 학생들에게 여학생들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그 세 명의 청강생 사진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익숙한 순서와 매력적인 순서대로 사진 속 여학생들의 점수를 매겼다. 세 여학생에 대한 선호도는 각각의 수업 참석 횟수로 예측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열다섯 번 수업에 참석했던 여학생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 열 번 참석했던 여학생, 마지막으로 다섯 번 참석했던 여학생이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더 익숙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은 자기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 여학생들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샘 소머스 교수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감정이나 인간관계에 상황이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외모에 매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키 크고 어깨 넓은 근육질 남자’ 또는 ‘금발에 가급적 날씬하거나 아담한 여자’처럼 특정한 타입에 대해 묘사하곤 하지만 그에 반해 실제로 매력을 느끼게 하는 확실한 요소인 익숙함에 대해서는 좀처럼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매력을 느끼는 것조차도 나의 감정이 움직이기보다는 익숙함이라는 상황이 작동하고 있다.

내 편의 단점은 눈가려준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경험 부족은 합리화하면서 상대 후보의 경험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강조하는 유권자,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약물을 복용했다는 소문은 거짓이라고 일축하면서 다른 팀 선수의 약물 복용 소문은 끝까지 파헤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야구팬…….
샘 소머스 교수는 특정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공유하게 되면 그에 대한 인식은 물론 그 사람과의 상호작용 역시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든 같은 지역 출신이든 종교가 같든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똑같든 우리는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관대하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알 수 있다. 내집단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행동은 57퍼센트만 정확히 기억했지만 외집단 구성원의 사소한 잘못은 82퍼센트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다시 말하면 내집단 구성원들의 나쁜 행동은 쉽게 용서하고 쉽게 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외집단 구성원들에게는 그와 같은 관대함을 보이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외집단 구성원들에게 더 높고 달성하기도 어려운 기준을 들이댔다.
샘 소머스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범주화가 편견을 낳고 차별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는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 인색한 재판 결과로도 알 수 있다. 20여 년 전 아이오와대학 로스쿨 교수 데이비드 발두스(David Baldus)가 조지아 주 살인사건 재판 2천 여 건 이상을 분석했다. 그중 흑인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백인 피고의 경우에는 3퍼센트가 사형을 선고받았고, 흑인을 살해한 흑인 피고의 경우 사형을 선고받은 비율 역시 1퍼센트를 약간 넘는 수치로 그와 비슷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백인일 경우에는 그와 몹시 달랐다. 백인을 살해한 백인 피고의 경우 8퍼센트가 사형을 선고받았다. 백인을 살해한 흑인 피고의 경우 사형 선고 비율은 21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결론적으로 백인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피고들이 사형 선고를 받을 확률이 훨씬 높으며 피고가 흑인일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샘 소머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집단 간의 분쟁이나 차별을 나쁜 사람들의 나쁜 행동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 지어버리지만 사회적 편견은 대부분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성향에 의해 발생하고 또 지속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을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샘 소머스 교수는 우리 모두가 편견과 차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대처해나가자고 권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범주화에 따른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는가이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섞인 환경과 그 안에서의 경험을 지뢰밭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때 삶은 훨씬 즐거워지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고 조언한다.

추천의 글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어쩌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좌우하는 사회적 영향력일지도 모른다. 샘 소머스는 전문가의 관점으로 그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낱낱이 밝히며 유쾌하고 매력적인 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듀크대학교 행동경제학 교수, 세계적 베스트셀러《상식 밖의 경제학》저자 댄 애리얼리

“상황의 힘을 제대로 인식하면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를 위한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인간의 도덕성, 순응, 남녀의 진짜 차이 등이 궁금한 누구에게나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경제학 패러독스》《거대한 침체》저자 타일러 코웬

“샘 소머스! 재치 만점의 이 책에서 인간 본성을 뒤흔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밝히다! (힌트: 주위를 둘러보라.)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라!”
과학칼럼니스트,《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탁월한 결정의 비밀》저자 조나 레러

 

 

<책속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 생각에 영향을 주고 우리 행동을 이끌며 우리를 조종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를 비롯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다양한 상황들이 우리의 행동양식은 물론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를 결정한다. 이를 이해한다면 자기 자신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 틀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대부분 추측할 수 있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대부분 잘못되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개개인의 성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 환경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자신에 대한 느낌조차도 상황에 따라 몹시 달라진다.
-프롤로그 p.14

사회적 상황이라는 틀 역시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그와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간과할 때 우리는 인간 본성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치 ‘위지윅WYSIWYG’처럼 말이다. 위지윅은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이라는 말의 약어로 화면에 보이는 내용과 동일한 출력 결과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지칭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차용한 용어로, 앞 글자를 따서 위지윅이라고 재미있게 발음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위지윅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차용해 특정한 시점에 관찰한 타인의 행동이 그 사람 내부에 있는 ‘진짜 모습’을 짧지만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추측한다.
점심식사 주문을 엉터리로 받은 웨이터, 우리는 그를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이메일에 답장을 안 보내는 직장 동료, 그녀는 배려심이 없는 것이다. 멋지게 결정적인 독백을 해내는 배우, 그는 말주변이 좋을 것이다. 위지윅에 따르면, 그런 행동은 근본적이고 일관된 특성의 결과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그런 성격이 언제 어디서든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웨이터는 당신이 점심을 주문하기 전에도 바보 멍청이였고, 답장 없는 직장 동료는 일하지 않는 날에도 나쁜 사람이다. 그 배우는 졸업식 축사 또한 완벽하게 해낼 것이고 알렉스 트레벡은 방송 스케줄이 끝나면 내가 역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1장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pp.28~29

군중은 의무감을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맥스 링겔만Max Ringelmann이라는 기술자는 여러 사람이 힘 모아 밧줄을 당기는 모습을 관찰하며 한 세기 전에 이미 그 사실을 발견했다. 밧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발휘되는 전체 힘의 양은 증가했지만 일인당 발휘하는 힘의 평균은 감소했다. 한 사람이 혼자 밧줄을 당길 때에는 63킬로그램을 당길 수 있었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당길 때는 160킬로그램이었는데, 이는 일인당 53킬로그램꼴이었다. 여덟 명이 함께 당길 때는 248킬로그램을 당겼으며, 이는 일인당 31킬로그램밖에 되는 않는 수치다. 다시 말하면 여덟 명이 함께 밧줄을 당길 때에도 혼자서 밧줄을 당길 때의 여덟 배에 해당하는 힘은 발휘하지 못했다. 서로 방해가 돼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잡아당기고 있는 척만 하는 배우들 틈에서도 사람들은 혼자 당길 때보다 훨씬 노력을 덜 기울였다.
- 《2장 위급할수록 더 무관심해지는 사람들》 p.86

집단의 흐름에 편승하려는 경향은 괜히 분란을 일으킬 필요 없는 상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공장소에서의 행동뿐만 아니라 머릿속의 개인적인 생각까지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정말로 정답을 모르는 경우에는 그럴 수 있다. 선의 길이가 아니라 미시시피 강의 길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미시시피 강이 얼마나 긴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 잇게 비슷한 답을 말한다면 당신 역시 그와 비슷한 범위 내에서 답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답이 실제로 전부 엉터리라 해도 참고할 것은 오직 그들의 대답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3장 누군가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p.129

사실 우리 주변에도 그처럼 사람들을 순응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하는 집단이 많다. 예명과 공동체 생활, 똑같은 겉모습과 사고방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명령을 따르는 사람들……. 남학생들의 사교 모임이나 군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그런 집단이 사이비 종교 집단과 비슷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집단들이 구성원 간의 단결력과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이비 종교 집단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은 쉽게 동조를 이끌어낸다.
-《3장 누군가 나에게 영

 

 

<저자소개>

저자 : 샘 소머스
저자 샘 소머스Sam Sommers는 터프츠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사회심리학, 실험심리학, 심리학과 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윌리엄칼리지에서 학사를,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연구하는 분야는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상황, 조건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의사소통하는지에 관해서이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어느 장소에 있는지 등에 따라 나약한 사람에서 용감한 사람으로, 친구에서 연인관계로, 내향적인 사람에서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상황이 어떻게 우리의 감정, 선택, 행동을 좌우하는지 10여 년간 그의 연구와 통찰력은 심리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인종 간의 사회적 인식과 지각, 판단, 상호작용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공로로 2008년 미국 심리학-법학회(Psychology-Law Society)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강의는 흥미롭고 유머러스하다. 터프츠대학에서 뛰어난 교수 능력을 인정받아 연구교수로는 처음으로, 1년에 한 번 졸업을 앞둔 4학년생들이 ‘교실 안팎에서 가장 심오한 지적 영향을 끼친 교수’를 선정하는 레먼-뉴바우어(Lerman-Neubauer) 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학생위원회가 선정하는 ‘제럴드 R. 그릴(Gerald R. Gill) 올해의 교수’로 뽑혔다. 뿐만 아니라 터프츠대학 학생신문사에서 주최한 투표에서 캠퍼스 내에서 가장 ‘핫’한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하버드, 예일, MIT, 다트머스, 코넬, 에모리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강연을 했으며 조직문화, 조직환경, 비윤리적 행동의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러 기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굿모닝 아메리카》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하퍼스 매거진》 《MSNBC》 《런던타임스》 《LA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이 그의 연구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사이칼러지 투데이》와 《허핑턴 포스트》에서 일상행동의 과학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강의 준비라는 명목으로 시트콤 《사인펠드》에 빠져 살기도 한다. 현재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렉싱턴에 살고 있다.

역자 : 임현경
역자 임현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연극 무대에 섰으며,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뒤 전문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번역가들의 네트워크 ‘컨트라베이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셀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속도에서 깊이로》《마즐토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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