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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환 위험 헤지 금융상품) 재판' 기업이 은행에 첫 판정승

권영구 2012. 8. 25. 10:58

 

'키코(환 위험 헤지 금융상품) 재판' 기업이 은행에 첫 판정승

 

 
피해액 60~70% 배상 판결

5년째 공방을 벌이고 있는 키코(KIKO·키워드) 관련 재판에서 처음으로 기업이 판정승을 거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동안 쭉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는 23일 엠텍비젼·테크윙·온지구·ADM21의 4개 기업이 "키코에 가입했다가 생긴 손해를 배상하라"며 씨티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4개 기업은 모두 324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인정됐는데, 재판부는 ADM21에 대해서는 피해액의 60%를, 나머지 3개사에 대해서는 70%씩을 은행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키코 소송에서 은행이 피해액의 50%를 넘는 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은행들이 투자자에게 간략한 서류를 주거나 전화로 간단하게 알려주기만 했고 상품을 설명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은행은 투자자가 위험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하며, 이해하지 못했다면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키코가 구조적으로 은행에 유리한 불공정 상품'이라는 기업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웠고, 은행이 폭리를 얻기 위해 악의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앞서 그동안 키코와 관련해 소송을 낸 회사 중 195개사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는데, 법원은 이 중 158개사에 대해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7개사는 은행의 설명 의무 위반이 인정돼 일부 승소했지만, 배상 비율은 피해액의 약 30% 정도였다.

☞키코(KIKO)

환율이 미리 약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가입자가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은행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파생금융상품. 평상시에는 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환율이 약정한 범위 밖으로 움직이면 가입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이들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양측이 맞서왔다.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