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아스널)처럼 '합법적'으로 병역을 미루는 방법은 많다.
박주영은 2008년 영주권 제도가 없는 모나코 공국을 연고로 하는 AS모나코로 이적했다. 그는 곧바로 바로 10년 이상 장기체류권을 받았다. 병역법 시행령 제146조 및 병역 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규정 제26조에 따르면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 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 체류 자격을 얻어 그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37세까지 국외 여행기간 연장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박주영은 이 장기체류권으로 병역을 2022년까지 연기했다. 2022년이 지나고 나면 박주영은 군대에 갈 수 없는 나이가 돼 사실상 면제나 다름없는 혜택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병역을 미룰 수 있는 곳은 모나코뿐만이 아니다.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장기체류권을 받으면 병역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9년 영주권제도 편람(외교통상부)을 살펴보면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벨기에도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다. 유럽연합(EU) 국가 중에는 이례적이다. 벨기에에는 주필러 리그(1부리그)에 16개 팀과 2부리그 18개 팀이 있다. 다만 벨기에는 프로선수에게 4년 동안 1년의 단기 체류권만 준다.
그러나 4년 이상 벨기에에서 뛰면 무기한 체류권을 받을 수 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주필러 리그 엔터워프와 안더레흐트에서 뛰었던 설기현(33·인천)도 장기체류권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던 것이다. 벨기에는 빅리그를 노리는 실력있는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적응하기 위한 무대로도 안성맞춤이다.
또 유럽을 벗어나 눈을 돌리면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가 많다. 모로코와 리비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와 이란(아시아), 솔로몬 제도(오세아니아)도 영주권 제도가 없다. 이디오피아(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사업가에게 체류권을 주기도 한다.
일간스포츠가 박주영의 병역 연기를 보도한 16일 이후 축구 에이전트로부터 관련 법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조만간 박주영과 유사한 방법으로 병역 연기를 신청하는 축구 선수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날 수 있다.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 이미 유럽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어린 유망주들은 이런 병역 혜택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에이전트는 “연봉과 이적료가 같은 조건이라면, 심지어 같은 조건이 아니더라도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하는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