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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야 하나?” 박주영때문에 또 골치 아플 최강희 감독

권영구 2012. 3. 22. 16:20

 

“뽑아야 하나?” 박주영때문에 또 골치 아플 최강희 감독

베스트일레븐 | 김태석 | 입력 2012.03.22 14:35 | 네티즌 의견 보기




(베스트 일레븐)

최대 10년간 입대 시기를 연장한 박주영이 최강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또다시 고민거리를 안기는 듯한 분위기다. 실력만 놓고 보면 당연히 뽑아야 할 박주영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병역 연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뜻 발탁 여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박주영은 2008년 9월 AS 모나코 이적 당시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 체류 자격을 받았다. 병역법 시행령 146조 및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규정(병무청 훈련) 제26조에 따르면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모나코)에서 5년 이상 장기 체류 자격을 얻으면 입대 시기 연장을 허가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박주영은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최대 10년간 입대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박주영은 변호사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병역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 소식을 접한 축구 팬들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축구 선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병역을 연기할 수 있게 된 것은 희소식이며, 박주영 본인이 병역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역, 공익근무요원, 면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반감이 대단한데다, 병무청이 밝힌 대로 사실상 이민 준비자를 위한 규정을 편법식으로 활용한 만큼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성토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당연히 최 감독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29일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박주영을 선발할 당시 박주영의 무뎌진 실전 감각에 대해 걱정했던 것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당시 최 감독 처지에서는 박주영이 지닌 클래스를 믿고 선발하면 그만이었고, 실제로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박주영을 대표팀 명단에 발탁해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단순히 실력만 가지고 뽑기에는 병역은 국민에게 무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간 대표팀 감독들은 실력 외적 측면도 대표 선수 선발에 중요한 요건 중 하나로 여겼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든지 여론이 부정적인 선수들은 되도록 대표팀 명단에서 배제해 왔다. 괜한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이천수가 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할 당시 이면 계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로 이적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천수는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쟈에서 나름 안정적 활약을 펼치고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백의종군을 다짐하는 인터뷰를 수차례 했지만 여론은 차가웠고, 이 때문에 조광래 前 감독은 이천수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천수 케이스와는 다르긴 하지만 박주영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의 병역 연기가 편법 논란에 휩싸이면서 도덕적 질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을 잠재우려면 박주영 본인이 직접 나서 자신의 병역 연기에 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는 이와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선발 여부를 결정할 최 감독 처지에서는 갑갑한 노릇이다.

문제는 박주영을 무작정 제쳐둘 수 없다는 점이다. 박주영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6골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팀 내 최다 득점자이며, 예선전에서 보인 득점력이라면 아시아 지역 예선 득점왕(현재 2위)까지도 넘볼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실력과 대표팀 내 비중만 따지면 박주영은 당연히 뽑혀야 할 선수다.

그래서 최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 감독은 지난 21일 저녁 2012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 성남 일화-톈진 테다(중국)의 경기를 지켜보러 탄천 종합운동장을 찾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참고하겠다"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국민 정서에 민감한 병역 문제에 연루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뽑아야 할지 혹은 말아야 할지,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했던 고민보다 더 해답이 나오지 않을 법한 분위기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