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비 오는 것은 밥하는 아낙네가 먼저 안다

권영구 2010. 3. 28. 17:47

□ 비 오는 것은 밥하는 아낙네가 먼저 안다

 

밥을 짓다보면 밖을 내다볼 겨를도 없을 터인데, 부엌에서 밥하는 아낙네가 어찌 비오는 것을 먼저 안다 했을까?  
지금이야 시골 웬만한 집도 가스불이나 전기밥솥에 밥을 짓지만, 옛날에는 꼬박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지었다.
비가 오게 되는 저기압일 때 불을 때면 불이 잘 들이지를 않는다. 맑은 날 불을 때면 쑥쑥 아궁이로 잘 빨려 들어가던 불도 흐린 날이 되면 무슨 고집인지 자꾸만 부엌 쪽으로 나온다.
불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연기는 더욱 그랬다. 타는 불과 함께 굴뚝으로 시원하게 빠져나가던 연기도 흐린 날에는 도살장 끌려가는 소 뒷걸음을 치듯 꾸역꾸역 부엌 쪽으로 역류를 한다.
그러니 밥을 짓는 아낙네는 불과 연기의 모양만 보고도 그 날의 날씨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굳이 집밖으로 나가 하늘을 따로 보지 않아도 자기가 하는 일을 통해 그날의 날씨를 짐작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라도 자기가 하는 일을 통해 하늘의 징조를 알 수 있게 하셨을 텐데, 나는 과연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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