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발
사람 얼굴을 조각할 때 눈은 작게 시작하고 코는 크게 시작한다고 한다. 손을 댈수록 눈은 커지고 코는 작아질 터이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다.
집 지을 재목을 다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마름질을 하는데, 마름질이란 재목을 치수에 맞추어 베거나 자르는 일을 말한다. 마름질을 하며 재목을 놓일 자리에 꼭 맞도록 자르기 위해 재목의 위아래에 표시를 하는 도구를 그레라고 하는데, 그레로 그레질을 해서 재목을 자를 때 원래의 치수보다 조금 더 길게 늘려 자른 부분을 그레발이라 했다.
그레발을 두는 것은 혹시 수평이 안 맞는다든지 하는 오차가 생겼을 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나중에 필요가 없게 되어 그레발을 잘라 없애는 것을 '그레발을 접는다'고 한다.(참조. 장승욱 지음, '재미있는 우리말 도사리')
우리 마음에도 그레발을 두었으면 좋겠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삶이 아니라 마음에 맞지 않을 경우 얼마쯤은 베어내도 좋을, 그만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웃음 또한 넉넉하지 않겠는가.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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