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의 기본적인 자세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늘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곤 한다. 실제로 많은 공기업들의 경영효율성이 민간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인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의 책임의식도 적고 죽기 살기로 임하지 않는 다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사례가 자주 언론에 보도 되거나 감사 결과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편 공기업은 나름대로의 태생적인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민영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분명히 일리가 있다. 각종 조사결과에 우리나라 공기업의 생산성이 민간기업의 절반 수준이며 30대 그룹의 20-30%인 것으로 나타나 민영화의 타당성을 뒷받침 해주기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공기업의 생산성에 대한 비판이 늘 있었지만 통계, 분석 자료로는 처음 나온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1996-2000년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생산성 분석' 보고서에도 이같은 사실이 나와 있다. 공기업 55개와 민간기업 2천53개(30대 그룹 계열사 1백65개 포함) 등 2천1백8개 기업을 분석했는데 공기업의 특징은 '저생산성, 고자본비율'로 집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설비와 기계 등 자본만 잔뜩 껴안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공기업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은 평균 2억7천8백만 원으로서 같은 기간에 1인당 4억4천3백 만 원의 민간기업의 63% 수준에 불과하여 설비와 기계 등 자본의 생산성이 더 낮아서 민간 기업의 22%, 30대 그룹의 18%에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느냐를 따지는 기술적 효율성도 공기업이 뒤진다. 민간기업의 89%, 30대 그룹의 77% 수준이다. 보고서는 공기업의 목적은 공익성이며, 속성상 토지 등 사회간접자본을 많이 보유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으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비교대상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생산성이 높은 민간 기업들은 공기업이 생산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업들을 포함시키면 더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자료가 나오기 전에도 공기업의 특성상 고비용, 저효율적인 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 때문에 가급적 많은 공기업을 상황이 허락하는 한 민영화시키는 것이 한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을 계속하여 온 것이다. 물론 공익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공기업도 분명하게 있다. 따라서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꼭 필요한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영화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POSCO, KT,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을 민영화시킨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민영화 이후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달라진 상황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변화를 스스로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인데 민영화된 기업의 경우를 보니 생각보다 조직원들의 적응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무조건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공기업은 빠른 시일 내에 민영화하는 것이 바른 길이겠지만 공기업의 원래 취지를 살리면서 경영을 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격려하고 권장하여야만 한다. 이번 정부도 정권 출범 초부터 공기업 민영화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들고 나왔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따라서 기본으로 돌아가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공기업의 민영화는 추진되어야만 할 것이다. 첫째, 정치적인 역학관계로 문제를 접근하지 말라는 것이다. 항상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비즈니스답게 처리하는 자세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영화시키려는 자세는 반드시 저항과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둘째, 냉철하게 분석하여 비즈니스적인 사고와 안목으로 공기업의 경쟁력을 비교 분석하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가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민영화대상을 선별하여야만 한다. 셋째,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공기업 종사자들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공기업의 민영화 사례에서 항상 나타나는 것이 종업원의 지위보장 문제이다. 민영화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민영화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할 일은 기존의 종업원들이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재교육시키는 일이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아도 공기업의 민영화가 성공한 경우가 많지만 실패한 경우 또한 많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무조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획일적인 생각은 오히려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냉철하게 그러나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진행하여야만 할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때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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