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 경제의 어려운 상황
최근까지 세계에서 가장 멋지게 떠오른 국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던 베트남이 요즈음 들어서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어수선한 상황이 되고 있다. 투자가치가 분명하게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는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에 있는 나라이다. 공식명칭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이며 인구는 8600만 명이며 면적이 329,560 km²오 수도는 하노이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성이 성실하여 노동생산성이 높은 국가로서 많은 사람들이 도이모이(개방)정책 실시 이후에 투자를 시작하여 최근까지 주식시장을 포함한 베트남 투자는 활발한 상태였다. 이런 베트남이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는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이다. 非문맹률이 94%로 어느 개발도상국보다 교육열이 높고, 35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대다수 국민이 매우 젊어 매우 장래가 촉망되는 국가로서 지난 10년간 베트남은 7.5%의 실질 경제성장을 유지해 아시아에서 중국, 인도 다음으로 고속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올 들어 경기 과열의 적신호가 켜지고 중앙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외면과 부인을 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금융시장에 돌기 시작하였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선진 자본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베트남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 등 부정적 효과도 컸다. 5월의 물가 상승률은 25%에 달했고 은행 대출금리는 가산금리까지 포함해 20%를 상회하고 있다. 호찌민시 임대료는 중국 대도시를 넘어서 홍콩, 싱가포르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대외 부문에서도 경기 과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지난해 무역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8%에 육박했다. 작년만 해도 대규모 무역 적자를 해외 직접투자, 중장기 차입 그리고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으로 메워나갔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베트남 정부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가들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수입 증가율이 80%에 육박하면서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년 5월까지 144억 달러에 달하고 있어 작년보다 40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따라서 베트남 동(Dong)화는 빠르게 평가 절하되고 있으며, 외국인 자금 유입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폭이 20%를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10년 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외환위기도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10%에 육박하면서 촉발된 바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수치다. 베트남 증시는 작년 초의 고점(高點)에 비해 70% 가까이 하락했다. 부동산, 주식투자 등에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은행들은 제대로 대손충당금을 쌓는다면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최근 베트남정부 국채(國債) 입찰이 4차례나 무산되어 국가신용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위기를 넘기고 부활할 기회가 큰 것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젊고 의욕이 넘치는 근로자가 최대 자산이고, 베트남 동화가 추가 절하되면 GDP의 68%에 달하는 수출의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가 부활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발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한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 정책으로 전환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고 은행들은 부실 채권을 조속히 상각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일부 국유화 조치도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 연초 증권가의 투자 화두는 프런티어 마켓이었다. 프런티어 마켓은 대만·말레이시아와 같은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진입하기 전 단계의 시장을 말한다. 지난해 ‘대박’에 가까운 수익률을 낸 중국·인도 펀드나 국내 주식형 펀드가 올 들어 어려워지자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곳들이었으며 그 중의 한 곳이 바로 베트남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많은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지금은 어려운 상황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프런티어 마켓 증시는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약간의 자금 유입이나 이탈에도 큰 폭의 등락을 보인다. 베트남 증시가 곤두박질한 것도 이 때문이다. 1조원 넘게 몰렸던 국내 베트남 펀드도 거품이 일게 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 펀드는 최근 1년간 줄줄이 30% 넘게 손해를 봤다. 베트남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달 공공부문 투자와 사치품 수입 축소, 금리 인상 등 일곱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말이 축소와 감소일 뿐 무역수지와 물가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아예 금지됐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강력한 긴축정책이 3~4개월 뒤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 무역적자는 해소된다는 게 베트남 당국의 판단이다. 연말이 고비가 될 것 같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도 베트남 경제가 급격히 붕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자원이 풍부한 데다 여차하면 다시 경제 빗장을 걸어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개방경제정책의 시행에서 올 수 있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자세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국민성을 감안해 볼 때 문제를 잘 헤쳐나가리라 본다. 따라서 오히려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교두보적인 의미가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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