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진 놈을 피하기보다는
어떤 길을 걷느냐 하는 것보다도 누구와 같이 길을 걷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길을 결정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험한 길도 좋은 사람과 같이 걸으면 그 길은 아름답고 멋진 길로 바뀌게 됩니다. 좋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다 보면 이내 그 길은 고마운 길로 바꾸게 되겠지요. 거꾸로 단풍이 곱고 억새가 춤을 추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길이라 하여도 마음이 불편한 이와 길을 걷는다면 주변의 아름다움이 쉬 눈에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지 싶습니다. 사람의 만남이란 늘 그러해서 두고두고 고마움으로 남는 사람이 있어 함께 한 시간들이 모두 빛나는 시간으로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도록 아쉬움과 아픔으로 남아 마음에 그늘을 지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마을 어른께 ‘벼락이 칠 때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재미있게 들렸습니다. 아마도 두려움이겠지요, 혹시 내 죄를 소상히 알고 하늘이 벌을 내리시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자연의 위엄 앞에선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지 싶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벼락에는 바가지라도 뒤집어쓴다’는 말이 있습니다. 벼락에 바가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가까운 곳에서 우지끈 하며 벼락이 치면 누구라도 움찔 고개를 숙이게 되지요. 어지럽게 비가 오는 날 천둥과 번개까지 요란하면 어른이나 아이나 더럭 겁이 나게 됩니다. 하늘에 번쩍 금이 가고 잠시 후 번개가 만든 빛의 금을 따라 하늘이 무너질 듯 천둥이 요란하게 울리면 모든 사람들은 그저 어린 아이가 되고 맙니다.
벼락과 관련된 말 중에는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멀쩡한데 전혀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앰하게 벼락을 맞는 것처럼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겠지요,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는다’는 속담도보입니다. 잘못한 사람 곁에 있으면 덩달아 화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경우 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화와 복이, 행과 불행이 갈리게 되지만, 때로는 누구 곁에 있느냐 하는 것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자녀들이 친구를 사귈 때에도 마음이나 성격이 맞고 서로 좋아할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는 경제적인 여건이나 공부의 수준이 비슷한 친구를 사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자기 자식보다 못한 아이를 친구로 사귀면 결국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비단 자녀들에 대한 생각뿐만이 아니어서 결혼도 사랑보다도 조건이 우선이 될 때가 있고, 인생의 친구도 이런 저런 여건이나 환경이 앞설 때가 있습니다. 행여 모진 놈 옆에 있다가 같이 벼락을 맞을까 조심하는 것일 터이고, 한편 삶의 지혜로 보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모진 놈을 피하기 위해 눈을 부라리는 대신 내가 먼저 덕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바로 그 마음에서 아름다운 세상은 시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7.10.22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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